한도리
N잡러
세 명이 한 가족, 섬에 살아요.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 업종에 종사하고 있어요. 주위를 둘러보며 걷기를 가장 좋아해요. 때로는 영화를, 소설을, 친구의 이야기를 걸어요.
안녕, 메가박스 영종
아기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이전, 온종일 녀석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나의 숨통을 종종 틔우던 곳이 바로 극장이었다. 신생아를 돌보는 동안에는 유축을 하며 와이드 모니터로 그간 미뤄두었던 명작을 챙겨보았고, 반려인에게 아기를 맡겨두고 바깥 외출을 하게 되었을 즈음부터는 기회를 보아 극장에 …
미드를 보다가 산후우울증을 생각했다
정들어 보는 미드 중 하나가 <버진 리버>다. 친구들에게 소개할 때는 "배경은 <전원일기> 같지만 내용은 <위기의 주부들>이야!"라고 설명하는 시리즈다. 프랜차이즈 진입을 막는 규칙을 통과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동네를 배경으로 여러 사람의…
위대한 침몰, 하찮은 침전
"여기 있는 누구나, 언젠가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요?" 선배 하나와 친구 둘은 고개를 갸웃대거나 내저었다.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소원으로 '세계 평화'를 빈다거나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있다는 믿음이, 나는 누구에게나 언젠가 있었…
3월의 일기
새 학기가 시작되며 나름의 큰 변화가 있었다. 한 해 동안 근무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해 캉캉이의 등하원을 도맡았던 반려인이 전일 근무로 돌아갔다. 필요하다면 이른 등원과 늦은 하원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드문드문 일을 나가는 날 외에는 다음 계획을 정할 때까지 내가 등하원을 전담하기로 …
이미 다가온 평화
"평화를 빕니다" 1시간에 가까운 가톨릭 미사 예식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신호이자, 지루함에 지쳐가는 어린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인사말이다. 두 손을 모으고 목례를 하며 서로의 평화를 빌어주는 시간. 나와 동행하였든 오늘 처음 보았든 양 옆에 자리한 사람에게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네고,…
새해가 나타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1월 21일이다. 지금쯤이면 급한 일을 마무리하고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줄로만 알았으나, 혹시나 역시나, 이번에도 아니었다! 워낙 기일이 바쁜 일을 냉큼 받았던 게 애초에 문제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매일 먼 거리를 출퇴근하자니 영 고달픈 섬사람이 …
말이 많을 나이, 24개월
우리 집에 같이 산지도 어느새 2년이 넘은 어린이, 요즘 울음이 줄었다. 사실 줄곧 우는 것만 아니라면, 그의 우는 얼굴을 보고 실없는 웃음이 종종 나오기도 했는데, (나의 엄마는 내 우는 얼굴이 귀여워서 일부러 울리기도 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그 일이 줄어들고 있는 거다. 대신 말이…
우물쭈물하다가는 후회합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 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오역)"어느 곳을 향해서 배를 저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아니다." (몽테뉴의 명언, 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건 진짜일까?) 이 두 문장이 나를 사정없이 두들겨 팰 때면, 나는 소…
눈부시게 빛나는 연휴를 보내며
긴 연휴가 지났다. 몇 년 전부터 수많은 직장인이 손꼽아 기다렸다는 2025년 추석 연휴였다. 개천절인 10월 3일 금요일을 시작으로 10월 10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열흘 가까이 내리 쉬는 꿈의 연휴에, 나 역시 유급 휴일을 조금은 즐기는 반쪽짜리 직장인일 줄은 미처 몰랐다. 모처럼 …
10 괴로움 = 1 덕질
좋은 마감메이트가 여러 명 생긴 이후, 되도록 거르는 일 없이 격주로 발행되는 뉴스레터에 글을 싣고 있다. 매번 공개일기를 쓰는 기분이라 누군가 내 글을 선택하여 보기는 할지, 만약 읽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자를 위한 글쓰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포포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