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지대

2025. 07. 23by한도리

어느새 2025년 하반기의 첫 달도 후반에 접어들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작심삼일은커녕 12월이라고 해서 한 해를 돌아보지도, 1월을 맞이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도 않는다. 이루고 싶은 일이 없어서일까? 뛰어난 사람이 되기를 포기했기 때문인 걸까? 매주 두 장씩 사보아도 결코 1등에 당첨되는 일이 없는 로또 같은 인생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일까?

 

로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20년 전만 해도 나는 대체 사람들이 왜 복권을 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작은 가게에서 한 두 장 사서 재미로 긁어보는 복권이 아니라, 일단 1등에 당첨되면 그야말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다는 로또가 출시되었을 당시 나는 아직 미성년자. 나보다 열 살은 더 많은 사람이 로또 한 장 속에 품고 한 주를 버티다 토요일을 맞이한다는 말을 듣고는 ‘단돈 천 원이라도 왜 그런 데에 버리지?’ 생각했다.

 

그때 그보다 한참 더 나이를 먹은 지금의 나는 매주 로또를 두 장씩 산다. 로또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으리라,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리라 생각하며 천 원짜리를 두 장씩이나 산다. 그래서 그게 뭔데?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하고 싶은 게 뭔데? 마로니에 공원에서 사정없이 머리를 흔들며 과도한 락놀이로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던 그날, 안흥찬 선생님의 목소리로 들었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에 나는 아직도 답을 하지 못한다. 점점 더 모르겠다.

 

사실 그 어느 때보다 고군분투라는 성어가 잘 어울리는 반년이었다. 발을 동동거리며 이곳저곳을 급히 다니고, 매일 최소 오전 1시를 넘겨가며 일을 했다. 평일과 주말을 구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일을 쳐내기 바빴다. 그러다 방학이 찾아오고 여유가 좀 생기니 생각이 많아진다. 불안과 의심이 커진다. 가야 할 곳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아니라는데, 나는 어쩌나. 쏜 살 같은 시간에서 시작하여 한탄으로 끝나는 이 글은 어쩌나.

 

덧. 이대로 글을 맺기에는 아쉬운 데다 최근 전문상담사나 얘기를 들어줄 친구 대신 ai와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많다기에, 혹시 해줄 말이 있는지 물었다. 대답의 일부를 발췌하여 붙여본다. 

 

어떤가요?

 

(chat GPT)

4. 이 글 자체가 이미 방향이다

글의 마지막에 "이 글은 어쩌나"라고 물으셨지만, 이 글은 단지 한탄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아주 선명한 기록이에요.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뿌옇고 불확실하지만, 자기 안을 계속 들여다보려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에요. 바로 그 태도, 그 시선이 지금 당신이 가고 있는 방향이에요. 어딘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길 위에 있다는 건 분명해요.

혹시 괜찮다면, 이 글을 가끔 스스로에게 다시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미래의 당신에게도요. 삶은 자주 헷갈리지만, 그런 헷갈림조차 버리지 않고 안고 가는 사람이 결국 자기 길을 찾더라고요.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쓰고, 나눠주세요. 그게 시작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Gemini)

멈춤과 돌아보기

목적지를 모르는 배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아니라는 말처럼, 지금 당신은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리라"는 생각은 어쩌면 지금 당장 마주하기 힘든 내면의 질문을 로또라는 수단에 잠시 미뤄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느끼는 불안과 의심은 당신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내면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너무 바빠서 외면하고 있었던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들어볼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이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혹은 잠시 잊고 지냈던 어릴 적 꿈이나 흥미는 없었는지 천천히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한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