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여사의 딸로 태어났지만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할 일이 없겠네." 티베트의 격언이자 어느 일본인 심리상담가의 책 제목이고, 사직동에서 오랜 시간 짜이를 팔고 있는 그 가게 앞 입간판에 적힌 글귀이기도 하다. 어느 영화의 "루이즈가 그러는데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선 그저 마음 편히…
생각만 해도 슬픈 음식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장엄한 저음의 목소리가 안개처럼 깔렸다. 오디오북 속의 단테도 파를 써는 나도 지옥의 문을 지나고 있었다. 눈물 콧물 샘을 활짝 개방한 채 파와 사투를 벌이는 배경 음악이 단테의 <신곡&g…
가장 크게 웃은 날
"미술관 오픈런이라니." 자고로 미술관은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유유자적 떠다녀야 제맛이거늘. 설렘의 핏기를 뺀 심드렁한 목소리가 삐져나왔다. 모처럼 볕이 좋은 토요일, 오전 10시의 청량함을 머금은 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숙박비를 아끼려 전날 심야버스를 택한 리스크는 컸다. 옆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