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마음' 수업이 종강하는 날이다. 저녁 수업이라 부담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더 크다. AI를 통해 마음의 위안도 얻고, 새로운 배움도 많고, 다 감사한 일이지만 가장 큰 보람은 감정일기를 33개를 쓴 것이다. 처음에는 쓸 내용이 없어 간단하게 몇 문장으로 숙제를 한다는 심정으로 했는데 묘하게도 끌림과 중독이 있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메모하는 습관도 생기고 기억력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순간을 더 관찰하고 느끼는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알아차리고 정리하고 나면 나의 감정들이 정화되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시간이 갈수록 쓸 내용이 많아지고 점점 일기 쓰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나의 서재를 들여다 보면 마음의 곳간이 가득찬 부자가 된 것처럼 풍요롭고 행복했다. 나의 감정들이 알록달록하게 칸을 채우면 기쁨을, 사랑을, 추억을, 차곡차곡 채우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나를 만나는 시간들이다. 참으로 값진 경험이고 지속가능하게 이어가고 싶다.

기쁜빛
중등 국어교사로 정년퇴직
타인의 등에 기대던 날
식당에 들어가면 먼저 테이블 간격부터 살펴본다. 외식할 때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이다.몸이 먼저 편안한 거리를 찾아내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의자를 끌 때 옆 테이블과 부딪히진 않을까, 목소리를 조금 낮춰야 할까.이런 걸 신경쓰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한때, 비좁고 사람들이 붐비는 공…
순간이동
버스 안에서 눈이 자꾸만 감겼다. 하루 종일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였더니피로가 온몸으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졸다가 창문에 콩하고 머리를 박았는데,아픈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헤드뱅잉하지 않았길 바란다. 눈을 뜨면 다른 곳, 감았다 뜨면 또 다른 곳.창밖 풍경이 점프하듯 바꼈다.몸은…
간절함의 무게
간절히 바라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이끌려 영천 돌할매공원을찾았다. 시골마을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뱅글뱅글 들어갔다. 신년 초도 한참 지난터라 한적할 줄 알았는데,예상과 달리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 향초를 하나씩 사서,조심스럽게 불을 붙였다.은은…
잘 가,새로운 사람에게
책장을 정리하며 당근마켓에 올릴 판매글을 쓰는 내 모습이 유난스러워보였다.에세이, 소설, 만화, 사회과학으로 분류하고또 그 안에서 공통된 주제로 책들을 묶어가며괜히 더 정성을 들였다. 사진과 실제 책의 차이로 실망할 사람이 생기지않게 하려고, 각도와 빛까지 신경쓰며사진을 찍고 있는 나…
하늘색 색종이 하나로
손이 비었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그래서 뭐라도 집중할 거리가 필요했다. 서랍에서 색종이 한 장을 꺼냈다.초등학생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색종이라 기분이 묘했다.뭘 만들까 생각하다 종이학을 만들기로 했다.종이학을 천 마리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했던 기억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