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 위의 음악, 그리고 지금 시대의 불안
🏜️ 사막 위의 음악, 그리고 지금 시대의 불안 🎡 2026 코첼라 랜선 후기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코첼라는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생중계를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제 우리는 굳이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
부끄러움
2026년 5월 11일 월요일나를 아주아주 부끄럽게 만드는 영화를 만났다. 마크 허만 감독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다.주인공 브루노는 나치 장교의 아들로, 여느 소년처럼 장난기 많고 탐험과 친구를 좋아한다. 아버지가 새로운 곳으로 발령받으면서 이사오게 된 곳에서 줄무늬 파자마를…
김철수
2026년 5월 9일 토요일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이재리, 차시윤 감독의 《관념의 남자 김철수》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주인공 철수가 등장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같은 루틴을 반복하며 성실히 직장생활을 하고 몇 해에 걸쳐 만나온 연인도 있다. 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어야 하나?
2026년 5월 7일 목요일70대의 여성이 보스 역할을 맡게 되었다며 화제가 된 영화가 있다. 바로 데이빗 프랭클 감독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이다. 전작의 배우들이 다시 모여 제작된 속편인만큼 추억을, 그때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큰 기대를 모았겠지만 시작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한…
포포포 와인이야기 : 와인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
전 세계 와인 관련 출판물 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책은 단연 일본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일 것이다. 1,500만 부 이상의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고, 연재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된다. 원작자인 아기 타다시 남매가 소문난 …
기대한 걸 말하지 않으면 서운함이 된다
뭔가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이상하게마음이 쳐져 있었다.괜히 누가 먼저 알아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갔다."왔어?""응.왔어."평소와 똑같은 말인데 다르게 들렸다.속으로 다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힘들어보이네 같은 말. 한마디 던졌다."이번주에 무리한건가.""…
목소리
2026년 5월 3일 일요일우리는 타인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누군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정보가 주어졌을 때 우리의 반응은 어떤가? 그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 반응은 어떻게 변하는가? 그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사진을 보게 된다면 그때의 우리의 반응은…
지상의 양식
2026년 4월 30일 목요일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보는 어떤 것은, 다른 사람이 보면 달라진다. 같아질 수가 없다. '빨강'을 머릿속에 떠올린다면, 각자가 모두 다른 '빨강'을 떠올린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군가는 달게, 누군가는 짜게 느낀다. 우리는 같은 …
시몬스
2026년 4월 29일 수요일'소셜 비헤이비어' 사람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선택을 한다는 말이다. 같은 제목의 책을 쓴 김성준 작가는 social behaviour라는 단어를 생각했지만,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벗어난 범위의 욕망은 불가능하니 그저 욕망이라고 해도 될테…
그래도 괜찮은 건 없다
태아의 머리, 손, 발이 선명한 초음파 사진을 보고 있자니 덜컥 눈물이 차올랐다. 내게는 축복으로 다가온 이 생명의 증거가, 지구 반대편 남아공에 있는 S에게는 어떤 무게로 다가갔을까.남아공을 떠나고, 6개월 만에 열 살 차이 나는 남아공 흑인 친구를 줌에서 만났다. 이 친구는 왓츠앱으…
사소한 일
2026년 4월 22일 수요일전쟁은 나에겐 그저 먼 이야기였다.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 세계대전 등 전쟁은 역사책 속에 존재하는 사건, 또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내전이나 우크라이나전쟁 등은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 그저 뉴스 속의 사건일 …
위대한 침몰, 하찮은 침전
"여기 있는 누구나, 언젠가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요?" 선배 하나와 친구 둘은 고개를 갸웃대거나 내저었다.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소원으로 '세계 평화'를 빈다거나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있다는 믿음이, 나는 누구에게나 언젠가 있었…
#30 셋이 떠난 체스키크롬로프, 미완성에서 미완성으로 통하는 문
#30 셋이 떠난 체스키크롬로프, 미완성에서 미완성으로 통하는 문 사건의 시작 체코에서 맞는 세 번째 부활절 연휴였다. 부활절이 되기도 전부터 부활절 계획을 묻곤 하는데, 무작정 자전거 여행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말을 내뱉고 나니 어쩐지 절…
나의 아저씨
분홍 넥타이를 곱게 매고 슬레이트 문을 밀고 나오는 그와 마주쳤다. 동틀 무렵까지 놀다 새벽 첫차를 타고 귀가하던 나는 반사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어, 안녕하세요!"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이제 들어오는 거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우리는 구면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가 : 영화와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를 함께 경험하며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가: 영화와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를 함께 경험하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는다.“아빠, 밤엔 왜 어두워?”“왜 별은 반짝여?” 등등 대답을 하려다가 잠시 멈추게 된다.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설명하는 일은 또 …
차상위계층이 된 날, 나는 조금 부자가 되었다
차상위계층이란 경제적으로 최하위 계층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나은 계층. 근로 능력과 약간의 고정 재산이 있어서 소득이 최저 생계비를 초과하므로 기초 생활 수급자로서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잠재적 빈곤층이다. (네이버 어학사전) 누군가에게는 움츠러들게 하는 말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불…
낯선 이를 사랑하는 마음, 필로제니아
그리스어 중에 필로제니아(philoxenia)라는 단어가 있다. ‘사랑하다’를 뜻하는 ‘philo’와 ‘낯선 사람, 외국인’을 의미하는 ‘xenos’가 결합해 ‘낯선 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환대’라는 한 단어로 간단히 번역할 수 없고, 경험으로 배워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단어…
투명 인간이 된 남편
필리핀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Hello. mom."이다. 남아공에서는 "How are you? Ma'am."을 많이 들었는데, 여기서는 무조건 MOM이다. 쇼핑몰을 가든, 음식점을 가든 어떤 곳에 가도 먼저 건네 오는 인사가 '헬로 맘'이었기에 남편의 존재감에 스크래치가 나기…
목소리
2026년 4월 19일 일요일목소리를 갖는다는 건 힘을 갖는다는 뜻이다. 목소리가 없는 삶은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는 삶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아내 또는 노예에게 말을 못하게 하는 장치를 채우기도 했다. 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에서는 목소리를 당연하게 받은 존재와 그렇지 못한…
비와 아이
2026년 4월 5일 일요일아이는 아무것도 모를거라 여겨진다. 하지만 아이는 모든 걸 알고 있고 느끼고 있다. 영화 《리틀 아멜리》에는 자신을 신이라 생각하는 아이가 있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싶지만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옹알이 뿐이라, 자신이 갇혀 있는 아이의 몸을 못마땅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