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쑥! 아무 경고도 없이 머릿속에 '그 장면'이 재생되었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누워 있다가 나도 모르게 이불킥을 해버렸다. “아, 정말 왜 그랬을까…”
그때의 내가 너무 미숙해서, 한 대 콕 쥐어박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
아, 이불킥은 진짜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온다니까!

퐝퐝
타인의 등에 기대던 날
식당에 들어가면 먼저 테이블 간격부터 살펴본다. 외식할 때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이다.몸이 먼저 편안한 거리를 찾아내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의자를 끌 때 옆 테이블과 부딪히진 않을까, 목소리를 조금 낮춰야 할까.이런 걸 신경쓰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한때, 비좁고 사람들이 붐비는 공…
순간이동
버스 안에서 눈이 자꾸만 감겼다. 하루 종일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였더니피로가 온몸으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졸다가 창문에 콩하고 머리를 박았는데,아픈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헤드뱅잉하지 않았길 바란다. 눈을 뜨면 다른 곳, 감았다 뜨면 또 다른 곳.창밖 풍경이 점프하듯 바꼈다.몸은…
간절함의 무게
간절히 바라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이끌려 영천 돌할매공원을찾았다. 시골마을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뱅글뱅글 들어갔다. 신년 초도 한참 지난터라 한적할 줄 알았는데,예상과 달리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 향초를 하나씩 사서,조심스럽게 불을 붙였다.은은…
잘 가,새로운 사람에게
책장을 정리하며 당근마켓에 올릴 판매글을 쓰는 내 모습이 유난스러워보였다.에세이, 소설, 만화, 사회과학으로 분류하고또 그 안에서 공통된 주제로 책들을 묶어가며괜히 더 정성을 들였다. 사진과 실제 책의 차이로 실망할 사람이 생기지않게 하려고, 각도와 빛까지 신경쓰며사진을 찍고 있는 나…
하늘색 색종이 하나로
손이 비었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그래서 뭐라도 집중할 거리가 필요했다. 서랍에서 색종이 한 장을 꺼냈다.초등학생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색종이라 기분이 묘했다.뭘 만들까 생각하다 종이학을 만들기로 했다.종이학을 천 마리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했던 기억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