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4일 금요일
창작뮤지컬 <설보: 여인의 숲>을 보고 왔다. 조선말기에 지금의 송라면 하송리에서 주막을 운영하던 김설보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실제 인물은 큰 돈을 들여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여 큰 홍수에서 지역주민들의 재산과 인명을 구했다고 한다.
뮤지컬로 각색된 이야기에서는 홍수로 갈 곳을 잃은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어주었던 주막이, 그 주막이 커져나가는 것을 견제하던 현감의 권력 행사에 목소리를 내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모두 티끌이지만 그 티끌들이 모여 씨앗이 되고 숲을 이룬다는 이야기는 생각거리를 남겨주었다.
문득 이전에 기사로 접했던 단일 수목 가로수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꽤 오래전에 보았던거라 대부분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보기에 예쁜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하나의 수종으로만 가로수를 심다보니 병충해에 취약하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도 나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일 수종만 심긴 숲이 아니라 여러 수종이 섞여 자라야 건강하고 아름다운 숲이 된다. 나와 너를 경계 짓고 벽을 세우는 것은 결코 우리를 지키지 못한다. 오히려 병들게 할 뿐이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어른도 아이도 다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주막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모습이다.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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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마감메이트가 여러 명 생긴 이후, 되도록 거르는 일 없이 격주로 발행되는 뉴스레터에 글을 싣고 있다. 매번 공개일기를 쓰는 기분이라 누군가 내 글을 선택하여 보기는 할지, 만약 읽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자를 위한 글쓰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포포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