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의 개구리 - 혹은 - 똥 묻은 개가 되지 맙시다

2025. 06. 01by보미겨우리

지난 며칠 간 너무 바빠 감정이고 하루고 돌아볼 시간 없이 정신 차리니 지금이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나는 바가 없지만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해가 떠오를 때 하루를 시작해 날짜가 바뀐 새벽에서야 일과가 끝났더라는 것

 

그렇게 바쁜 며칠을 보내고 나니 마지막 날에는 긴장이 풀리며 몸살 감기가 왔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바쁜 일과를 어떻게 내가 해내었는가 스스로도 신기하던 참이었는데

바짝 정신을 차리고 끝의 끝 힘까지 나도 모르게 끌어다 쓴 모양이다.

 

바쁜 와중에서도 팀프로젝트를 놓지 않기 위해 짬을 내어 일정을 정리하고,

팀원들에게 업무를 배정해주고 돌아왔는데 역시나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았다.

헛웃음이 나는 실망감을 애써 감추고 재차 리마인드를 했으나 역시 묵묵부답 -

몇 번 더 얘기하니 화법을 고치란다. 허허. 할 말이 없다.

내가 엄한 사람에게 화를 내겠냐고요 --------- 사실 화도 아니었건만

 

남만 돌아보지 말고 나를 되돌아 보아야 하는 법인데, 그러지 못 하는 사람들의 당당한 모습을 볼 때면

혹시 나도 저런 우스꽝스러운 사람이려나, 스스로의 언행을 되돌아 보게 된다.

시간 순으로, 기록이 남아있는 것을 토대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차근차근 나를 다시 되돌아본다.

내가 잘못한 것은 정말로 하나도 없는 것인가. 차라리 나의 잘못이었으면 한다. 남을 미워하는 것만큼 괴로운 것은 없으니

 

하아 정말 너무 지친다. 일도 몸도 지친 것은 기분이 나빠지지는 않는데

이렇게 사람 상대로 지치는 일은 그냥 끝도 없이 감정이 내려앉는 것 같다.

나도 무엇이든 더 하고 싶지가 않고 그냥 알아서 하세요 하고 싶지만

얼레리, 내가 팀장이네.

 

짧지만은 않은 지난 25년의 삶을 살아오며 사람이 힘들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대개 남들이 힘든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내가 직접 겪었을 때는 그리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 탓에 주변에서 너도나도 나에게 인간관계 조언을 요청하며 대부분의 사람들과 잘 - 지내왔다.

그저 친밀감으로 잘 - 뿐만이 아니라, 업무적으로도.

 

그런데 어째 이번 사람들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다. 어떻게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이라니

되려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를 자꾸 의심하게 만들고, 그런 오해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기 위해 꾸준히 제 3자의 조언들을 구하고 지낸다.

특정한 가치관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매몰되어 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새삼 깨닫는 학기이다.

 

잘 .. 끝내보자 .. 대략 2주 가량 남은 시간동안 엄청난 엔딩은 만들지 못 하더라도

나름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기왕 힘들었던 거 그렇게라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 라며

오늘도 스스로의 화와 답답한 마음을 애써 다독여본다.

 

 

 

보미겨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