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5월 8일은 유럽 전승 기념일이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연합국에 항복한 것을 기념하며 휴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가 일본이 항복한 8월 15일을 광복절로 지정해 기념하는 것처럼 말이다.
공휴일 답게 아이들은 느지막이 일어나 만화영화를 보았다. 우리집에선 휴일의 경우, 아침 만화 시청을 허락한다. 아침 안 먹어도 된다. 이 안 닦아도 된다. 오분정도, 눈이 빛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나면 일어나자마자 바로 볼 수 있다. 어렸을 적, 주말 아침에 만화 보던 일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다. 잠옷 바람에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선, 비스듬하게 누워 만화 보던 내가 귀여운 풍경으로 남아있다.
늘어지는 아침을 보내고 점심을 먹는데 둘째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영상통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프랑스의 점심 식사 시간은 한국의 저녁 식사 시간인데, 학교 급식 빼고 집에서 먹는 날이면 늘 할머니, 할아버지와 통화하던 습관 때문이었나보다. 그제서야 나는 어버이날이 생각 났다. 분명 동생에게 부탁해 선물도 보내고, 내일 전화하겠다 해놓고선. 으이그 깜빡깜빡.
전화를 걸기 전, 아이들에게 어버이 날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프랑스에는 엄마의 날과 아빠의 날이 따로 있고, 낳아주신 부모에게 감사를 전한다기 보다는 엄마와 아빠는 멋진 사람들이고 우리가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쪽이다.
한국에서는 오늘이 어버이 날이야. 엄마, 아빠에게 카네이션이라고 부르는 꽃이랑 선물을 해줘. 엄마는 어렸을 때, 용돈 모아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선물 사드렸어. 편지도 쓰고.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랬지. 오늘은 어버이 날이니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전화해야해.
통화가 끝나고 다섯 살 작은 아이가 내 손을 이끌었다.
엄마. 편지 쓰고 싶은데 나는 쓸 줄 모르니까 엄마가 대신 써줘. 내가 불러줄거야.
그리곤 수줍은 얼굴로 편지와 그림을 건네주었다.

알록달록
이것저것하는 뭐하는지 모르겠는 사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알록달록한 검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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