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심해진 발뒤꿈치 통증과 하루 종일 숨 돌릴 틈 없이 모니터를 노려봤던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
오늘은 운이 없었는지 지하철을 타고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나와 같은 역에서 내린다. 단 한 정거장도 앉지 못했다. 쳇.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일은 대중교통이든 자차든 고역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신히 손만 닦고 소파에 뻗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딸이 태권도학원에서 귀가한다.
반가운 인사도 잠시.
아이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자고,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고 닦달하기 시작한다.
슬슬 마음이 부글부글 불편해진다. 마음의 여유란 역시 몸의 여유에서 나온다.
바닥으로 꺼지고 있는 에너지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내게 들어온 조르기 공격은 제법 날카롭다.
오늘 하루만, 제발 오늘 하루만 엄마를 봐 달라고 부탁해보지만, 그리 간단히 포기하는 아이가 아니다. 너무 잘 안다.
이럴 때면 10살 아이는 당연한 일이고, 이것이 정상이라고 머.리.로. 생각하지만, 마음은 반대방향으로 간다.
나도 똑같이 10살 아이로 돌아가 아이와 대거리를 한다.
오늘은 그러다가 극적인 타협을 했다.
아이는 자전거 등을 환하게 켜고 아파트 단지를 두 바퀴 돌고, 나는 그 사이 벤치에 앉아 쉬기로 했다.
평소에는 해가 떨어진 후 자전거 라이딩은 어림 없는 일이었다.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에 당부를 하고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는 룰루랄라 시원한 바람을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메모장을 열어 오늘 쓰지 못한 기록을 적는다.
아직은 시원한 밤바람을 느끼며 생각을 끄적이고 있으니 마음에 틈이 생긴다.
돌아온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자는 제안에 오케이할 여유.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오는 길에는 호기롭게 닭강정집 앞 테이블에 앉아 캔맥주와 음료수를 각자 들고 닭강정을 오물오물 먹고는 수다를 조금 떨었다.
전쟁이 될 뻔한 퇴근 후 피로감은 다행히,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나에게 말한다. 아이에게 속삭인다.
오늘도 고생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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