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에서 건축까지, 아이의 질문
주안이는 레고를 맞출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작은 손가락으로 조각들을 꾹꾹 눌러 끼워 넣을 때마다 얼굴빛이 반짝인다. 변신 로봇 이야기를 할 때는 눈이 더 커지고 목소리에는 힘이 붙는다. 그런 아이가 어느 날 저녁, 방바닥에 흩어진 레고 조각 사이에서 불쑥 물었다. “엄마, 레고 …
걸어서 걸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임신 사실을 알고 3개월쯤 지난 뒤였다.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니 좀 거창한 느낌이 들지만 한동안은 글자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초에는 내 생애 처음 겪어보는 (아마도 마지막일) 임신과 출산, 육아의 경험을 …
여름의 트로피
가을의 문이 슬며시 열린다는 2025년 8월 7일이 지나고 얼마 후 퇴근길이었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바람이 꽤 시원해졌네요."라는 내 말에 동료는 "하지만 아직 29도가 족히 넘어요. 그렇잖아도 많은 사람들이 날씨가 시원해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아직은 30도를 오가는 더위거든…
신바람 이박사 – 테크노 뽕짝, 경계를 허문 음악 실험의 역사
신바람 이박사 – 테크노 뽕짝, 경계를 허문 음악 실험의 역사 - 잊고 있던 이름, 다시 만나다 어느 정도 음악에 관심이 있거나, 고속도로 휴게소나 집안 어르신을 통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뽕짝’.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그 음악을 잊고 지내던 우리 앞에,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이 낯익…
요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낯선 타지에서 나를 환대해 주는 공간이 있다는 건 큰 위로와 힘이 된다. 그리스 현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던 건 뜻밖에도 요가원 덕분이었다. 혼자 조용히 수련하러 갔을 뿐인데 그리스인 친구와 이집트인 친구가 생겼다. 늘 따뜻한 미소와 진심 어린 환대를 받았다. 호기심 많은 이방인…
잠깐의 꿈
2025년 5월 16일 금요일 역시 날씨 요정 (?) ^^ .. 내가 어디를 가는 날에는 그렇게 비가 온다 ...그런데 서울 비 (?)는 어찌나 거세던지. 드라마 세트장 인공 비 같았다.그렇게 굵은 빗줄기를 오랜만에 봤다. 그 비를 뚫고 걸어다니며 머리 가방 옷 신발이 홀딱 젖었다.중학…
너는 알약 나는 물약
“생일 투우카함니다. 생일 투까합니다. 쨔랑하는 옴마의 생일 뚜까합니다.” 자주 꺼내 보는 영상 중 하나. 양손을 가지런히 모아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아이를 보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촛불을 끄다 못해 케이크 위로 침을 분사하는 장면은 수백 번 돌려 보아도 지루할 틈 없는 깔깔 버튼. 과…
<프랑스의 소피> 여름
일 년 열두 달 중 가장 짧지만 가장 빛나는 계절, 여름.단 두 달간의 햇살 가득한 시간 동안 학교는 문을 닫고, 아이들과 어른 모두 일상의 틀을 벗어난다.이 두 달은 자유의 계절, 일년 중 가장 귀중한 시간이다.이 아름다운 여름, 사람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햇볕 위에 몸을 눕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스로 떠난 이유
서울에서 아테네로 이사했다. 남편이 그리스로 발령을 받았다. 그것도 4년이라니. 이건 나의 계획이 아닌데. 아직 나는 한국에서 하고픈 일이 많은데. 앞으로 가족과 친구를 쉽게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는 사람인데, 굳이 한 번도 가본 …
삶을 천천히 음미하기
한국에 ‘빨리빨리’ 문화가 있다면 그리스에는 ‘천천히 천천히(Siga Siga) 문화가 있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의 방식이다. 처음엔 불편하기도 했지만 점차 다름을 존중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뭐든지 빠르고 효율적인 한국에서 완전…
행복 - 이라는 것
오늘은 휴식 전문가 김은영 정신의학과 의사 / 교수님의 인터뷰를 보았다.인터뷰 전반을 훑으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 또 있음에 반가움 마음이 들었다.인터뷰 중에 교수님의 성장 배경,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4남매인 우리의 엄마는 늘 말한다.…
그러니 살아있으라
"울산대 병원입니다" 익숙한 간호사의 목소리가 전두엽을 울린다. 한여름의 캐럴 같은 알람 버튼. 벌써 일 년이 지났구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지정된 9년 전. 아산병원에서 차트를 작성하면서 알았다. 나는 '생존자' 그룹에 속해있었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 이 공기살…
이불속 한 시간, 하루를 준비하는 은밀한 의식
아침 여섯 시. 아직 해는 뜨지 않았지만, 집 안에는 이미 작은 움직임들이 일기 시작한다. 식탁 위엔 전날 밤 미리 준비해 둔 간식 반찬 통이 놓여 있고, 부엌에선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퍼진다. 아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와 한 손에 칫솔을 든 채 바닥에 널브러진 양말을 찾는다…
워킹맘,대디가 미라클모닝을 하게 되는 이유
대한민국 사회에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삶은 만성적인 시간 기근에 시달리는 삶을 의미하죠. 시간을 많이 확보 할 수록 육아도 일도 자기계발도 기회의 문이 넓어집니다. 시간 거지로 살 수 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가 어떻게 시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저의 하루…
10 괴로움 = 1 덕질
좋은 마감메이트가 여러 명 생긴 이후, 되도록 거르는 일 없이 격주로 발행되는 뉴스레터에 글을 싣고 있다. 매번 공개일기를 쓰는 기분이라 누군가 내 글을 선택하여 보기는 할지, 만약 읽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자를 위한 글쓰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포포포는 …
시간이라는 것 - 삶이라는 것
드디어 ... 주 7일의 삶을 끝내게 되었다. 1년 넘게 해오던 아르바이트 마지막 근무를 끝냈다.이제 좀 쉬어볼까 - 방학이 3주 남은 시점에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남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고민하는 동시에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을 했다. 졸업을 최대한 앞…
그리스에서 보낸 한여름
그리스에서 맞이한 첫 여름은 청량했다. 뜨거운 태양과 건조한 공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투명에 가까운 바다와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 여름이 아름다운 계절이라 느낀 건 처음이다. 바다는 여름에 잠시 보는 게 전부였는데, 배 위에서 한가로이 커피와 음악을 즐기고 친구와 연인, 가족과…
해피해피해피
오늘 유승민 대표님 만나서 너무 신나요~멋진 생각들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행복해요.
은중과 상연, 그리고 안효섭까지
책상 조명에 의지한 방 안에서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보는 동안 감정은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은중의 고통은 단순한 서사의 장치가 아니라 가슴을 압박하는 현실처럼 다가왔고, 상연의 흔들림은 머릿속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떨림으로 남았다. 장면마다 숨을 고르지 않으면 따라…
허둥지둥 - 어쨌든 해내었다 !
2025년 5월 12일 월요일 오늘의 화상 회의 / 수업이 무려 5개. 긴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오늘 아침은 요즘 먹고 싶던 파스타를 해먹었다.오늘 하루 잘 해내기를 바라는 스스로에게 주는 웰컴 선물이랄까 ..집에 굴러다니는 브리 치즈도 넣고 방울 토마토도 넣고 시금치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