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2026년 3월 9일 월요일낯설지 않다. 이 숨 막힐 듯 어색한 모습들. 함께인 게 자연스러운 시절도 있었는데 우리는 왜 한 공간에 있는게 불편한 사이가 되었을까.물은 차가 되기도 커피가 되기도 술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모든 마실 것의 근원인 물은 우리의 근원이 같다는 것을 보여주기 …
미래
2026년 3월 28일 토요일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하고 있을까? 벤저민 하디의 《퓨처 셀프》를 읽다 이 문장에 마음이 간다."20년 후 미래의 내가 되돌아와 그날 저녁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래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와 오늘을 다시 살아볼 기회를 얻었다고…
사람
2026년 3월 23일 월요일우리는 무엇보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겉모습이 우리와 같은지 다른지를 판별하는 것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직관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는 그보다 서로의 이해가 더욱 큰 부분을 차지한다.겉모습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예술
2026년 3월 25일 수요일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살아남는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종종 심리치료에서 연극을 이용하기도 한다. 비슷한 상황을 재현한 뒤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안전함을 경험하는 방법이다.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에는 한 …
비와 아이
2026년 4월 5일 일요일아이는 아무것도 모를거라 여겨진다. 하지만 아이는 모든 걸 알고 있고 느끼고 있다. 영화 《리틀 아멜리》에는 자신을 신이라 생각하는 아이가 있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싶지만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옹알이 뿐이라, 자신이 갇혀 있는 아이의 몸을 못마땅해 한다.…
평범한 인생
2026년 3월 26일 목요일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을 '평범한 인생'이라고 말할까? 아, '평범한 인생'이라고 하니 오해가 생기는 듯하다.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인생'이라는 게 있을 것만 같으니까, 그냥 인생이라고 하자. 인생은 뭘까?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에는 살아온 인생을 회…
나의 아저씨
분홍 넥타이를 곱게 매고 슬레이트 문을 밀고 나오는 그와 마주쳤다. 동틀 무렵까지 놀다 새벽 첫차를 타고 귀가하던 나는 반사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어, 안녕하세요!"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이제 들어오는 거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우리는 구면이었다…
#30 셋이 떠난 체스키크롬로프, 미완성에서 미완성으로 통하는 문
#30 셋이 떠난 체스키크롬로프, 미완성에서 미완성으로 통하는 문 사건의 시작 체코에서 맞는 세 번째 부활절 연휴였다. 부활절이 되기도 전부터 부활절 계획을 묻곤 하는데, 무작정 자전거 여행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말을 내뱉고 나니 어쩐지 절…
기대한 걸 말하지 않으면 서운함이 된다
뭔가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이상하게마음이 쳐져 있었다.괜히 누가 먼저 알아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갔다."왔어?""응.왔어."평소와 똑같은 말인데 다르게 들렸다.속으로 다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힘들어보이네 같은 말. 한마디 던졌다."이번주에 무리한건가.""…
사소한 일
2026년 4월 22일 수요일전쟁은 나에겐 그저 먼 이야기였다.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 세계대전 등 전쟁은 역사책 속에 존재하는 사건, 또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내전이나 우크라이나전쟁 등은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 그저 뉴스 속의 사건일 …
목소리
2026년 4월 19일 일요일목소리를 갖는다는 건 힘을 갖는다는 뜻이다. 목소리가 없는 삶은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는 삶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아내 또는 노예에게 말을 못하게 하는 장치를 채우기도 했다. 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에서는 목소리를 당연하게 받은 존재와 그렇지 못한…
시몬스
2026년 4월 29일 수요일'소셜 비헤이비어' 사람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선택을 한다는 말이다. 같은 제목의 책을 쓴 김성준 작가는 social behaviour라는 단어를 생각했지만,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벗어난 범위의 욕망은 불가능하니 그저 욕망이라고 해도 될테…
지상의 양식
2026년 4월 30일 목요일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보는 어떤 것은, 다른 사람이 보면 달라진다. 같아질 수가 없다. '빨강'을 머릿속에 떠올린다면, 각자가 모두 다른 '빨강'을 떠올린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군가는 달게, 누군가는 짜게 느낀다. 우리는 같은 …
목소리
2026년 5월 3일 일요일우리는 타인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누군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정보가 주어졌을 때 우리의 반응은 어떤가? 그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 반응은 어떻게 변하는가? 그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사진을 보게 된다면 그때의 우리의 반응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어야 하나?
2026년 5월 7일 목요일70대의 여성이 보스 역할을 맡게 되었다며 화제가 된 영화가 있다. 바로 데이빗 프랭클 감독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이다. 전작의 배우들이 다시 모여 제작된 속편인만큼 추억을, 그때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큰 기대를 모았겠지만 시작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한…
포포포 와인이야기 : 와인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
전 세계 와인 관련 출판물 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책은 단연 일본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일 것이다. 1,500만 부 이상의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고, 연재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된다. 원작자인 아기 타다시 남매가 소문난 …
김철수
2026년 5월 9일 토요일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이재리, 차시윤 감독의 《관념의 남자 김철수》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주인공 철수가 등장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같은 루틴을 반복하며 성실히 직장생활을 하고 몇 해에 걸쳐 만나온 연인도 있다. 이…
부끄러움
2026년 5월 11일 월요일나를 아주아주 부끄럽게 만드는 영화를 만났다. 마크 허만 감독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다.주인공 브루노는 나치 장교의 아들로, 여느 소년처럼 장난기 많고 탐험과 친구를 좋아한다. 아버지가 새로운 곳으로 발령받으면서 이사오게 된 곳에서 줄무늬 파자마를…
🏜️ 사막 위의 음악, 그리고 지금 시대의 불안
🏜️ 사막 위의 음악, 그리고 지금 시대의 불안 🎡 2026 코첼라 랜선 후기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코첼라는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생중계를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제 우리는 굳이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