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Authentic’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진정한, 진짜의, 정통의’를 뜻하는 이 단어는 쉽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바로 세운다'는 고대 그리스어 ‘authentikos’에서 유래했다. 본질에 가깝고 스스로에게 진실하며 믿을 수 있는 것. 세상에 흔하지 않아 더 …
자작나무숲의 환희
영양 죽파리 자작니무숲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하다가 드디어 시간을 내어 출발했다. 포항영덕고속도로 개통 덕분에 시간이 단축되어 기분좋게 도착하였다. 죽파리로 들어가는 동네 길이 좁아서 많이 알려지면 전세버스들도 들어올텐데 운전이 불편할 듯도 싶었다. 입구에 자작나무숲과 영양 관…
또 다른 세상을 보다
포스텍 미래지성아카데미에서 주최한 강연에 다녀왔다. 큰주제는 ‘별유천지’. 제목처럼 이번 강연은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열어주었다. 강연자는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로 유명한 만화가 이원복 선생님이었다.무려 여든의 나이에도 세계의 흐름을 꿰뚫고 시대를 바라보는 식견에 …
찰나의 마음
해야 할 일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 한켠에 스쳐 지나가는 불안이나 두려움을 잠시 미뤄둘 때가 있다.지금은 일단 해야 하니까, 감정보다 우선인 건'책임'일 때가 많다. 감정이나 생각은 생각보다 찰나다.그래도 그 찰나가 마음 어딘가에 쌓여있다는 걸요즘은 안다.일에 몰두하는 동안, 그 감정…
마지막 단풍
햇살에 비친 붉은빛이 참 예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돌담 위로 물든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바람이 불자 단풍잎들이 우수수 흩날리며 떨어졌다. 붉은 잎, 노란 잎이 섞여 하늘 위를 잠깐 떠다니다가 조용히 바닥에 내려앉았다.‘이제 단풍도 끝이구나’ 싶어 아쉬운 마음…
돼지와 개의 대화
오늘 하루를 마치며 잠시 눈을 감아본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하고 나에게 조용히 물어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쳐 지나간 장면들이 하나씩 떠오른다.그중 유독 마음에 남는 순간이 하나 있었다. 짧은 이야기를 하나 읽었다.좁은 칸에 갇힌 돼지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개의 대화였다.돼지…
빈 의자
상담 수업 중 '빈 의자 기법'이라는 상담기법을 듣게 되었다. 의자를 두개 준비해 놓고, 한쪽에는 내가, 다른 반대편 빈 의자에는 말을 전하고 싶은 대상이 앉아있다고 생각하며 못다한 말을 전하는 것이다. 처음 상담을 받을 때 나도 이 상담을 받아봤던 기억이 난다. 나의 반대편에 앉아있던…
말이 많을 나이, 24개월
우리 집에 같이 산지도 어느새 2년이 넘은 어린이, 요즘 울음이 줄었다. 사실 줄곧 우는 것만 아니라면, 그의 우는 얼굴을 보고 실없는 웃음이 종종 나오기도 했는데, (나의 엄마는 내 우는 얼굴이 귀여워서 일부러 울리기도 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그 일이 줄어들고 있는 거다. 대신 말이…
비오는 날
아침에 글을 쓴거 같은데 발행을 안 눌렀는지 안보인다다시 들어와보길 잘했다 밥 먹고 배 먹는 중앞머리도 잘라야하는데 언제 자르지 또 뭘 적을까... 2교시 수업 듣고 3교시 수업 듣고 6교시는 시험기간이라 수업이 없었다.시험 기간의 좋은 점이다 ㅎㅎㅎ 하반기가 되더니 동아리 열기가 다…
AI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게 된다면
"AI가 사람처럼 스스로 진화한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살아가게 될까?" AI와 마음 수업을 들으면서, 영화 <블랙미러: 플레이어 모드>를 알게 됐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주인공 패트릭은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다.혼자서는 세상 밖으로 한 …
필시 틀린 점괘일세
"점을 AS 받는다고요?" 저녁을 먹으러 가던 택시 안이었다. 잠깐 점집에 들리자는 선배에게 끌려 허름한 상가 한 켠에 우두커니 앉았다. 선배는 너도 온 김에 점을 보라고 부추겼다. 내 생시를 물은 점쟁이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를 할 팔자란다. 생전 겪어 본 적 없는 삥을 여기서 뜯기는구…
환영한다, 우리집 청소년!
환영한다, 우리집 청소년! 아들의 입가에 아기 펭귄 솜털 같은 귀여운 수염이 보송보송 자라났다. 토실한 두 볼 사이에 놓인 그 엉뚱하고 가지런한 털. 그것은 어디로 보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수염’이란 것이었으나 어쩐지 여태껏 내가 알아온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수염이라. 긴 수염, 짧…
흠
룸메 때문에 진짜 짜증난다뭔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나도 분명 룸메한테 피해?를 끼치는게 있겠지만 어휴 여튼 짜증난다사람때문에 짜증내면 그 사람보다 내가 더 힘든게 뻔한데 왜자꾸 짜증이 나는걸까.. 그리고 유상이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도움이?되는 관계인지 매일 생각하게 된다.유상이가 …
정체성
2025년 10월 22일 수요일정체성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정체성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이라고 한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어떤 사람이 변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 '기계같다' 혹은 '감정이 없나' 같은 말을 하지 않나. 사람은 한 가지 음식만 먹고 살…
문 닫기 5분 전
갑자기 고구마 빵이 너무 먹고 싶어서 그대로 빵집까지 달려갔다. 마감이 9시라 걱정했는데, 숨 좀 헐떡이며 들어가니8시 55분. “고구마 데니쉬 다 나갔어요?” “하나 남았어요. 오늘 마지막 손님이네요. 오랫동안 찾아줘서 고마워요”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하셨다.게다가 바질 샌드위치까지 …
맑은 하늘 오랜만이다
너를 미루지 않을게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의 의지가 이토록 투철해질 수 있을 거라 감히 상상도 못 했다. 아이의 지나간 어제를 붙잡으며 정작 펄펄 뛰는 오늘은 놓치는 일상을 살아간다. 떼쓰는 아이와 종일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눈은 시계에 고정. 빨리 씻기고 줌에 접속한 다음 저녁을…
계정이 없습니다???
티켓을 예매하려고 로그인했는데, 가입한 계정이 없다고 떴다. 머릿속이 하얘졌다.분명 전에 가입했던 기억이 또렷한데왜 없다고 뜨는거지? 사이트 접속자가 몰렸는지 로딩도 느리고 SNS 계정으로 하나 새로 만드는게 낫나 고민하면서도그 몇 초 사이에 예매가 끝나버리면 어떡하나손끝이 바짝 긴장…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2025년 11월 8일 토요일인디플러스에서 일주일간 음악영화 기획전을 한다. 그 일환으로 상영된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를 봤다. 재즈 피아니스트 이야기라니, 거기다가 애니메이션이라니 아주아주 큰 기대를 하고 극장에 갔다. 시작부터 쿵쿵 울리는 음악 소리에 '역시 보러…
흥얼거리다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를 듣고 싶었다. 가사나 메시지가 깊지 않아도,들으면 마음이 살짝 가벼워지는 그런 노래 전에는 가사에서 의미를 찾고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면 혼자 울컥하기도 했는데,요즘은 그런 몰입이 필요하지 않다.그저 흘러나오는 멜로디만으로 충분하다.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편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