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것
"우리 집 찢어지게 가난해서 내가 다른 집에 가서 밥 먹으면 좀 괜찮겠죠? 내 입 하나 덜으니까." 며칠 전 열 살 요엘이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이란다 요즘 왜 그렇게 가까운 친구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집에서는 도통 저녁을 안 먹으려고 하나 궁금했는데, 이런 생각 때문인가 싶은 생각이…
미래
2026년 3월 28일 토요일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하고 있을까? 벤저민 하디의 《퓨처 셀프》를 읽다 이 문장에 마음이 간다."20년 후 미래의 내가 되돌아와 그날 저녁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래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와 오늘을 다시 살아볼 기회를 얻었다고…
평범한 인생
2026년 3월 26일 목요일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을 '평범한 인생'이라고 말할까? 아, '평범한 인생'이라고 하니 오해가 생기는 듯하다.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인생'이라는 게 있을 것만 같으니까, 그냥 인생이라고 하자. 인생은 뭘까?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에는 살아온 인생을 회…
예술
2026년 3월 25일 수요일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살아남는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종종 심리치료에서 연극을 이용하기도 한다. 비슷한 상황을 재현한 뒤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안전함을 경험하는 방법이다.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에는 한 …
사람
2026년 3월 23일 월요일우리는 무엇보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겉모습이 우리와 같은지 다른지를 판별하는 것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직관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는 그보다 서로의 이해가 더욱 큰 부분을 차지한다.겉모습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의미
2026년 3월 20일 금요일'기호화하지 않으면 의미를 확보할 수 없다'는 말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틀 지어진 규범 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성을 찾는 삶을, 그리고 그것을 찾았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복 가능한 …
잡초 이야기
지긋지긋한 겨울이 끝나고, 드디어 봄이 오는 시점에서.. 우리 집 베란다에는 흙이 채워진 작은 화단이 있다. 밖에서 보면 각종 식물로 예쁜 화단을 꾸며놓은 집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자연과 어우러진 단지의 컨셉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우리 부부는 신혼 때부터 종종 화원에 들러 먹…
행복
2026년 3월 17일 화요일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단, 이 행복한 느낌은 사회 또는 외부와 연결되는 순간 사라진다. TV를 틀면 온갖 광고들이 자신이 보여주는 것을 가지라 말한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그것을 갖지 못한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건 비단 TV뿐…
여기서는 놀 수 있겠어
선교관에서 지내던 시간을 정리하고, 드디어 오늘 이사한다. 이사를 준비하는 동안 남편이 정말 애를 많이 썼다. 말해 뭐 하겠는가. 처음 그 집을 보았을 때의 인상은 아직도 선명하다. 정말 뭣 하나 깨끗한 구석이 없었다. 바닥이며 벽이며, 여기저기 묵은 때가 쌓여 있었고, 집 안에는 오래…
한란
2026년 3월 14일 토요일이념. 이상적이라 여겨지는 생각은 어째서 사람마다 제각각일까. 또 그 이념을 향한 행동은 왜 이렇게 다를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어도 이념은 서로가 다를 수 있고, 같은 이념을 향하는 사람들도 그 이념에 도달하는 방법은 또한 다르다.군인들은 …
원청
2026년 3월 11일 수요일삶은 잃어버린 것 투성이다. 누군가의 잘못된 조언으로 평생의 인연을 놓치기도 하고, 이념을 중시하느라 현재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인연을 쫓아 혈연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삶이지 않을까. 나를 나로서, 가족을 가족으로서, 현재를 현재로서 영원불변하길…
3월의 일기
새 학기가 시작되며 나름의 큰 변화가 있었다. 한 해 동안 근무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해 캉캉이의 등하원을 도맡았던 반려인이 전일 근무로 돌아갔다. 필요하다면 이른 등원과 늦은 하원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드문드문 일을 나가는 날 외에는 다음 계획을 정할 때까지 내가 등하원을 전담하기로 …
크라잉넛 30주년
크라잉넛 30주년 우리가 젊었던 홍대, 그리고 지금의 우리에게 남은 것들 얼마 전, 엄청난 한파 속에서 아내와 함께 크라잉넛 30주년 전시를 다녀왔다.‘벌써 30주년?’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먼저 나왔고, 그 다음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 그만큼 나도 시간이 흘렀구나. 전…
가족
2026년 3월 9일 월요일낯설지 않다. 이 숨 막힐 듯 어색한 모습들. 함께인 게 자연스러운 시절도 있었는데 우리는 왜 한 공간에 있는게 불편한 사이가 되었을까.물은 차가 되기도 커피가 되기도 술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모든 마실 것의 근원인 물은 우리의 근원이 같다는 것을 보여주기 …
[포포포 와인이야기] 빈티지 :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기록
유독 거친 빈티지를 통과 중인 이에게.. 빈티지, 그 해의 수확빈티지(Vintage)의 어원은 '와인(Vinum)'과 '거두어들이다(Demere)'가 합쳐진 라틴어 '빈데미아(Vindemia)'에서 유래했다. 즉, '포도를 수확한 해'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오래된 가구이나 옷을 가…
자기 삶의 예술가들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삶이 너무 소중하다는 걸 어릴 적부터 느낀 듯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써온 일기장, 중학교 시절 독후감,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찍었던 필름 사진에는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기록하는 습관이 쌓여 받은 선물이 있다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
김유정
2026년 3월 7일 토요일김유정. 어째서인지 그에게는 높다란 벽이 생겨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어쩌면 교과서에 등장하는 소설가들이 모두 그럴지도 모르겠다.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김유정의 소설집을 손에 들었다. 자의는 아니었다. 요즘 중학생 필독서는 무엇이 있나 찾아보다 김유정의 이름을…
마음의 짐은 나누어 지는 것
2026년 3월 4일 수요일사람이 힘든 일을 겪었을 때 그 일이 버거워지는 이유는 단지 그 힘든 일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그 짐을 누군가와 나누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꾸만 무거워진다.영화 《햄넷》은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쓴 이유…
왕과 사는 남자
2026년 2월 28일 토요일요즘 사람들을 극장으로 모이게 만드는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는 청령포로 유배를 간 노산군(단종)과 광천골의 엄흥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엄흥도는 촌장으로, 노산군이 먹지 않은 쌀밥을 볼이 미어지게 먹는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으로 그려진다. 촌장이…
편안함의 습격
2026년 2월 27일 금요일"지금껏 살아오면서 지켜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때,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요?"책을 읽다 이 문장에 마음이 쓰여 몇 번이나 들여다본다. 사회적으로 성인이라 인정받은지도 이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돌이켜보아도 나는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