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따라오지 않아도 삶은 흐른다
공항 대합실.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발걸음과 소리 없는 밀침이 한데 뒤엉켜 있었다. 짐을 끄는 바퀴 소리, 초조한 숨결, 손짓 대신 몸으로 길을 터주는 움직임까지, 무질서의 질감이 공기 속에 퍼져 나갔다.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오히려 이 장면은 익숙했다. 이 익숙함은 곧, 한국에서 점…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없다 -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에게는 요상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몸을 쓰는 것이다 !러닝이나 헬스나 뭐 다양한 종류의 운동들, 몸을 쓰는 활동들이 있는데그것들을 건강과 같이 특정한 목적을 두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자체를 즐기는, 취미로 갖는 사람들도 있지만나는 조금 다른 맥락으로 몸을 사…
불안의 서
허울만 좋은 명함을 호기롭게 내팽개치고 백수가 된 스물여섯. 평일 낮 한적한 수영장에서 레인에 가느다랗게 매달려 둥둥 떠 있던 내가 종종 떠오른다. 익사로 오해받는 게 귀찮아 가끔 배를 뒤집어 수영장 천장을 관망했다. 빈 껍데기 육신과 텅 빈 동공으로 보내는 생체신호였다. 그때나 …
마음의 부 ( 富 )
종강 이후로 미처 다 끝내지 못 한 학기의 것들을 잘 마무리하여 덮어둔 뒤 나의 삶으로 야금야금 돌아오고 있었다.일주일 중 단 하루도 쉬는 요일 없이 지내온 지난 학기를 거쳐 맞이한 - 월요일, 목요일 - 무려 두 번의 자유 시간이 있는 삶은 꽤나 달콤했다.'방학 때 해야지' 하며 미뤄…
2025년 5월 13일 화요일
별다른 특별한 일 없이 하루가 흘러갔다.날씨는 좋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이다.출근길에는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는데, 오늘은 바지가 자전거 체인에 꼬이는 황당한 경험도 했다. 회사에서는 딱히 재미있는 일 없이 시간이 흘러갔고, 퇴근하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다.운…
가장 크게 웃은 날
"미술관 오픈런이라니." 자고로 미술관은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유유자적 떠다녀야 제맛이거늘. 설렘의 핏기를 뺀 심드렁한 목소리가 삐져나왔다. 모처럼 볕이 좋은 토요일, 오전 10시의 청량함을 머금은 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숙박비를 아끼려 전날 심야버스를 택한 리스크는 컸다. 옆자…
2025년 5월 14일 수요일
오늘 하루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회사에서는 일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정신없이 업부하다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었다. 퇴근 후에는 인천에서 열리는 대학교 기독교 공동체 연합 예배에 참석했다.현재 섬기는 단체가 초대를 받았는데, 아이자야 찬양팀의 찬양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
상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고모할머니는 위암 말기로 돌아가셨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는 거의 아무것도 드시지 못한 체 작고 단아한 그 얼굴이 하얗다 못해 둔탁한 빛을 띠기까지 했다. 힘이 없어 말을 할 수도 없었고, 그러잡은 손은 뼈 위에 얇디얇은 가죽을 걸쳐 놓은 듯 앙상했다…
[ 막따 ]
오늘은 지난 며칠과 달리 아주 맑디 맑은 날이다.어제 나는 날씨의 영향을 잘 받는다는 이야기를 적었던 것 같은데역시나 맑은 오늘의 날씨에 속수무책으로 기분이 좋아져버렸다.이렇게 단순한 내가 웃기면서도 참 좋다절대적으로 좋은 성격이라는 것은 없으니까 - 나는 단순한 내가 참 좋다. 어제는…
[프랑스의 소피] 너는, 나와 같지 않기를
드륵드륵, 분홍색 자전거 페달 위로 너의 반짝이는 두 다리가 힘차게 내려앉았다가, 살며시 물러나기를 반복한다. 작은 몸에 꼭 맞는 자전거, 그 위의 동그란 핸들엔 별처럼 반짝이는 너의 손이 야무지게 얹혀 있다. 바람은 머리칼을 흔들고, 그 사이로 나비처럼 가벼운 …
작은 일에도 마음 무거운 날
작은 일에도 벅차게 불안하고, 속이 시끄러울 때가 있다. 오늘이 딱 그랬다. 학교에서 진행될 설명회 때문에 청년부 수련회, 그것도 하필 저녁 먹는 시간에 자리를 비우게 됐다. 숙소가 워낙 숲속이라 데이터조차 안 터진다는 소문에 와이파이가 없을까 봐서 걱정이고, 혼자 줌으로 참여해서 교수…
회복 .. 회복 - !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고 - 나는 그런 사람이다.버티기 독기 이런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오다 지난 1년은 그런 단어들과 꽤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그러기 위해서는 아프지 않아야 했다. 아프면 나만 손해였으니까.그렇게 억지로 억지로 참으며 견디며 1년을 지내다 보니 한…
월요병 퇴치 비법
2025년 5월 19일 월요일 12주차 .. 이제서야 깨달았다. 월요일이 제일 바쁜 요일이라는 것을.정기 회의도 있고 비정기 회의도 있고 수업의 유무나 온오프라인 방식도 달라서 몰랐는데고정적으로 바쁜 건 결국 월요일이었다 ... !!! 소신 발언 ... 나는 월요일이 싫지 않다.왜일까 …
Dear. My Sunshine
"잠보 잠보 뿌아나 하바리 가니 은주리 사나 와게니 와카리 비슈아 케냐 예뚜 하쿠나마타타!"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우며 열창하는 아이를 보며 안도감이 밀려왔다. 케냐 민요가 아니라 외계어면 어떠하리. 네가 신나게 부르면 그만이지.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불러 젖히는 아이가 귀여워 합창 …
위로의 포옹
너무 행복하다.내 친구가 어제의 실수에 대한 위로로 나를 껴안아주었다,따뜻해서 좋았다. 그 온기가 내 차가운 마음을 녹여주는 것 같았다.나는 이런 포옹이 너무 좋다.Love is warm by touch.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것
2024년 겨울 세일이 한창이던 어느 화요일, 우리 집 님과 나는 쇼핑을 했다. 나는 쇼핑에 별로 취미가 없지만, 님은 쇼핑을 좋아한다. 열심히 벌었으니 재밌게 쓸 일도 있으면 했기에, 세일 마지막 날, 휴가 내고 같이 쇼핑을 가자고 제안했다. 님이 들뜬 얼굴로 운동복 몇 개를…
종 - 강
길고긴 16주차간의 학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시원섭섭 할 줄 알았는데 아니? 무진장 시원하다 ~~~ ! 그저 이 악물고 버티고 버티고 한 번씩 몸이 K.O. 당하면그 틈에 정신도 회복하고 그렇게 버텨온 한 학기가 끝났다.우와 진짜 끝이 날 것 같지 않아보였는데 끝이 났다. 역시 시간은…
[프랑스의 소피]지중해의 등대와 어머니
뜨거운 태양이 온몸을 따갑게 내리쬐는 계절, 다시 한번의 여름이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에 찾아왔다.이 바람 부는 섬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전설들이 바다와 함께 숨 쉬고 있다.반은 인간, 반은 바다의 신비를 품은 인어 이야기부터, 옛 해적들이 숨겨 놓았다는 보물들, 그리고 거…
육아휴직 기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은 이유
의 613클럽육아(6)도 일(1)도 삶(3)도 다 잘해내고 싶은 육아인의 이야기를 주1회 들려드릴게요.구독하기안녕하세요. 애비로드입니다. 육아를 하면서 충분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까요? 그 고민에서 ‘육아인의 시간 재테크‘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그 세 번째 레터, 전환시간에…
본질을 찾아서 !
우하하 - 자유 !원래 일기가 밀리더라도 지난 날들을 하루도 빠짐 없이 되돌아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이건 느낀 점, 배운 점, 단순 추억 기록용이 아니라, 감정을 살펴보는 감정 일기 !사실상 하루만 지나도 생생한 감정들은 금세 퇴색되어 버리곤 한다.그런 상황에서 쓰는 과거의 감정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