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힘
세상 일에 쉽게 미혹되지 아니하고 스스로의 판단을 바로 세운다는 오묘한 나이에 도달하기 몇 해 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분명 내 선택으로 일어난 사건이지만 결과는 도무지 상상하기도 어렵고 책임은 평생 이어지는 일이다. 아기가 태어난 지 어느덧 17개월이…
<프랑스의 소피> 5월의 봄, 그 따뜻함.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 있는 4월에서 5월로 달이 넘어간 이곳에는이제 찬 기운의 바람은 찾아볼 수 없다.신기한 일이다.30일에서 1일, 혹은 31일에서 1일.사실, 4월과 5월을 결정짓는 것은 단 하루.이 단 하루의 시간이 바람의 결은 물론이거니와 사람들의 마음…
작심삼일
作心三日. 한자로 써놓으니 제법 그럴듯합니다. 글자 하나하나 생김이 귀엽기도 하고요. 새해라면 한국인이라면 분명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는 사자성어랄까요. 하지만 생애 처음으로 엄마의 삶을 맞닥뜨린 저에겐 작심삼일조차 없는 새해가 두 해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24시간, 1주일…
《파란 물결, 고요히 흐르다》
《파란 물결, 고요히 흐르다》 푸른 심장은 오늘도 뛴다 대구의 하늘 아래, 함성은 잦아들고 타석 위의 희망은 공중에 흩날린다 우리는 믿었다, 다시 비상할 날을 승리의 노래가 다시 울려 퍼질 그 순간을 하지만 스코어보드는 냉정했고 구장은 적막에 젖었다 연패의 밤은 길고,…
이렇게 사는 게 맞아?
아이가 중학생이 된지 꽉 채운 2개월이 지났다. 지난 3월부터 학원 스케줄이 더 바빠지면서 아이의 수면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이 몹시 중요해졌다. 아이는 초등학생 시절엔 9~11시간을 잤는데, 요즘은 7~9시간을 자고 평일 기준 평균 7시간 30분~8시간을 잔다. 학원 숙제가 많아서다.…
상관 없는 거 아닌가?
한국의 축축한 공기에 젖은 담배 냄새가 나는 인천공항. 한국에 왔다. 2년 만이다.한국의 공기는 맑은 날에도 곧 비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뻤다가 슬퍼져버린 젊었던 날의 기억 같다고 할까.. 감성적인 것이 꼭 나이 탓인 것만 같다. 도착하고 며칠 후 우리는 제주에 머물렀다.첫째 …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스무 살부터 지켜 온 나만의 작은 원칙이 있다. 세상에 하고 싶은 건 많고,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하니 무언가 선택해야 할 때 스스로 기준을 두었다. 그건 바로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학 시절엔 교환학생, 사진 동아리, 대외 활동 등 대학생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온전히…
기획 노동을 아시나요? 보이는게 다가 아닙니다.
📍4줄 요약📍1. 기획노동의 존재를 인식해야 합니다. 2. 의사결정의 피로감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3. 배우자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4. 당사자가 돼봐야 보이는게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 기획 노동이 있습니다.저희 가족은 어렸을 때 부터 지금까지, 다같이 외…
집
나의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유학가기 전 까지 살던 집에 살고 계시다. 내가 한국을 떠난 후 이 집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사시다가 아빠가 퇴직하면서 다시 이사 오셨다. 다시 그곳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리모델링을 계획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설랬다. 마음 같아선 당장…
무풍지대
어느새 2025년 하반기의 첫 달도 후반에 접어들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작심삼일은커녕 12월이라고 해서 한 해를 돌아보지도, 1월을 맞이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도 않는다. 이루고 싶은 일이 없어서일까? 뛰어난 사람이 되기를 포기했기 때문인 걸까? 매주 두 장씩 사보아도 결코 …
잔잔한 하루
오늘은 잔잔했다. 우울함이 일상이었던 나에게 드디어 약효과가 있는 것 같다.그리고 하나님이 나에게 쉼을 주신 것 같다.그리고 행복하다. 내 친구가 있어서.He is the reason why I live on - alongside Jesus Christ.I am so happy and …
사람은 죽어서 무엇을 남기게 될까
학교에서 가져오는 가정통신문을 아직까지는 꼼꼼히 읽는 1학년의 엄마로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예회가 자원자에 한해서 열린다는 글을 보고 아이에게 물었다.“나가고 싶니?”적극적이고 외향적이라 생각했던 아이는 의외로 “절대로 싫어! 절대 아니!”오역이 전혀 섞이지 않은 거절을 했다. …
#23 프라하 육아일기 <삶의 변주를 시도하는 것 : 이탈리아 남부 여행>
잠 못드는 날들이 많았다. 커피를 끊기로 결심한 것은 의외로 단순한 이유였다. 새벽에 깨고, 쉽게 잠들지 못하는 데다 수면의 질이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더욱 피로해 커피에 의존하고 하루에 한 잔 먹던 것이 두잔이 되고, 세 잔이 되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엔 심장이 빨리 뛰어서 …
🎶 Talking Heads, 가족 같은 공동체
Talking Heads, 가족 같은 공동체 – 〈Stop Making Sense〉 4K로 다시 만나다 Talking Heads라는 밴드는 늘 대중에게 조금은 이질적인 위치에 있었다. 롤링 스톤스나 비틀즈처럼 라이브 영상이 흔히 회자되는 그룹도 아니었고, 팬이 아니면 공연 실황을 접하…
두렵다
오늘 밤 늦게 축제 부스를 운영하면서 소리쳤다. 음료수 사 달라고 소리쳤다.그랬는데 많이 지나갔다.그리고 이후 겨우 다 판매해서 들어갔다. 그러는 중에 나는 불안했다. 지금은 괜찮은데 이후로 내가 다시 우울해지면 나중에 나를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나를 공격할까 봐.아... Anx…
(프랑스의 소피) 다리의 달 Le mois des ponts
가정의 달 5월, 프랑스 또한 한국과 비슷하게 한 달 내내 크고 작은 행사가 가득하다. 5월 1일 노동절(Fête du Travail)을 시작으로, 8일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Victoire 1945), 25일은 어머니의 날, 29일은 예수 승천일(Ascension), 5월 마…
조팝나무
봄이다, 드디어 봄이 왔다.한참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봄이 4월을 절반도 더 넘긴 뒤에야 도래하였다.삼월은 꼬옥 입을 앙다문 살구꽃 봉오리, 오월은 고개를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개한 작약 같다면 사월은 연둣빛 이파리 사이로 이제 막 고개를 내민 하얀 꽃잎이다. 우리 집 아기는 사월이라…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안부를 묻다
오래전 장면이 돌아왔다. 냄새도, 소리도, 그 공간에 흐르던 공기까지. 다시는 닿지 않을 줄 알았던 시간의 조각들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해지는 순간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번엔 정말 그랬다. 20년 만에 다시 찾은 방송국, 그 문을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냄새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복도…
🎤 오지 오스본: 무대 위의 광기, 가정 안의 따뜻함
🎤 오지 오스본: 무대 위의 광기, 가정 안의 따뜻함 ― 《The Osbournes》가 보여준 전설의 진짜 얼굴 며칠 전, 오지 오스본의 마지막 무대 Back to beginning 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마지막 공연에 참여했고 오즈본은 여전히 눈빛은 날카롭고,…
녹색어머니회는 왜 이름이 그대로일까?
남편의 육아휴직이 얼마 남지 않은 고로, 지금 남편은 굉장히 불타올랐다. 자기가 숨겨놨던 아이들을 신나게 할 코스튬들을 번갈아 입으면서 다른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아이의 어린이집 시절에 입었던 공룡, 피카츄 등이 막 튀어나온다. 어제는 녹색어머니회를 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