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1일 월요일
나를 아주아주 부끄럽게 만드는 영화를 만났다. 마크 허만 감독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다.
주인공 브루노는 나치 장교의 아들로, 여느 소년처럼 장난기 많고 탐험과 친구를 좋아한다. 아버지가 새로운 곳으로 발령받으면서 이사오게 된 곳에서 줄무늬 파자마를 입고 생활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학교도 갈 수 없게 되고 친구도 없는 곳에서 브루노는 같은 나이의 슈무엘을 만나게 되고 둘의 사이는 점점 각별해진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들을 여러편 보았지만 이렇게 힘들게 하는 영화는 없었다. 나는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브루노와 동일시하고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정점은 단연 브루노가 수용소 사람들과 함께 가스실로 향하는 모습을 볼 때이다. 그곳을 향하는 모두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임을 나는 짐작하면서도, 유독 브루노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 장면 속의 모두가 그곳으로 향하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브루노를 유독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던건, 내가 슈무엘이 아닌 브루노에게 동일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유대인 수용소에 갇히지 않을 것임을, 어쩌면,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같은 성별, 같은 나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던 브루노와 슈무엘을 바라보며, 부끄럽게도 마음 속으로 어떤 선을 그어놓고 있었던 거다. 기꺼이 같은 옷을 입고 철조망을 넘어 그가 있는 곳에 발을 내디뎠던 브루노와 달리 정말 초라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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