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란

2026. 03. 15by에그

2026년 3월 14일 토요일

이념. 이상적이라 여겨지는 생각은 어째서 사람마다 제각각일까. 또 그 이념을 향한 행동은 왜 이렇게 다를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어도 이념은 서로가 다를 수 있고, 같은 이념을 향하는 사람들도 그 이념에 도달하는 방법은 또한 다르다.

군인들은 나쁜 세상을 꿈꾸어서 사람들을 죽이는가? 폭도(라고 불리는 사람들)는 나쁜 세상을 꿈꾸어서 경찰서를 폭파할 계획을 세우는가? 그들은 모두 좋은 세상을 꿈꾸었다. 우리 국민의 힘으로 나라를 이끌겠다는 꿈이 있었고, 우리 국민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꿈이 있었고,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어쩌다 같은 결말을 향하게 되었을까.

하명미 감독의 영화 《한란》에는 뚜렷한 두 세력이 등장한다. 권력(힘)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아 어쩌면 권력에 관심 없는 자도 끼울 수 있겠다.

권력을 가진 자로 대표되는 중사는 화를 제외한 감정은 없는듯 보인다. 또 역사도 알려지지 않는다. 아니, 역사가 없는듯 보인다. 그저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일 뿐이다. 그게 폭도이든 마을 주민이든 군인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사람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 권력 집단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그렇지 못한 자는 그 나머지 모두라고 느껴진다. 공산주의자를 구별할 수 있는 눈을 달라고 기도하던 문 일병도, 백기 들고 산을 내려오던 사람들을 보내주려던 군인도, 남편을 찾아 산을 오르던 아진도, 경찰서를 폭파할 계획을 갖고 있던 정남도, 그 모두가. 이들은 감정이 있고 서사가 있고 꿈이 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권력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이지 않게 만든다. 역사에 남겨진, 특히 전쟁을 일으켰던 이들 대부분이 괴물로 여겨지기도 하는걸보면 정말 그렇다. 힘으로 다름을 제거하는 것이 이상적일 수 없다는 걸, 이 많은 역사를 짊어지고도 배우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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