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의 예술가들

2026. 03. 08by오자히르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삶이 너무 소중하다는 걸 어릴 적부터 느낀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써온 일기장, 중학교 시절 독후감,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찍었던 필름 사진에는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기록하는 습관이 쌓여 받은 선물이 있다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이다. 

 

이탈리아로 최근 여행을 다녀왔다. 르네상스 시대에 꽃을 피운 피렌체부터 로마, 밀라노까지. 특히 중세에서 현대로 순간 이동한 듯, 밀라노의 웅장한 두오모 성당과 화려한 고층빌딩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하지만 더 인상 깊었던 건 이탈리아 사람들의 모습과 태도였다. 

 

밀라노에서는 보라색 바지를 입은 아저씨와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할머니도 어쩜 그리 멋스러울까. 어릴 적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유명한 작가들의 예술 작품을 가까이 보며 자란 덕분일까.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윤광준 작가도 <심미안 수업> 책에서 "모든 세련은 지루한 반복과 연마로 얻어진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잘 알고 사랑하며 스스로에게 여유를 허락해야 얻을 수 있는 감각이다. 

 

이탈리아인의 심미안과 미적 감각은 ‘자신에 대한 존중’처럼 느껴진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번뿐인 삶을 아름답게 누리려는 태도에 더 가깝다. 카페에 잠깐 가더라도 단정하게 차려 입고, 아무거나 입고 먹지 않는 것을 '삶에 대한 예의'로 여기는 듯하다. 일상도 작품으로 만드는, 자기 삶의 예술가처럼.

 

어쩌면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즐기는 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까. 예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매일 입는 옷, 정성껏 차린 음식, 자주 사용하는 그릇과 찻잔, 취향이 묻어나는 식탁, 아이의 순수한 눈빛처럼 일상 가까이에 있다. 이처럼 자주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면 삶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엄마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아름다움을 살피는 안목이 필요하다. ‘육아’란 어쩌면 난이도가 가장 높은 종합 예술이니까. 아이의 장점을 발견해 주고, 순수하고 예쁜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 있는 이 순간이 기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 힘들고 지칠 때 좋은 면을 떠올리고, 주어진 상황에서 감사를 느끼는 능력도 결국 심미안에서 나온다. 삶은 너무나 소중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피곤하지만 몸을 일으켜 사진과 글로 선명하게 기록한다. 아이의 예쁜 말, 나의 생각과 감정, 소소하게 행복한 찰나의 모습까지 휘발되지 않도록. 그 기록의 축적이 나를 내 삶의 예술가로 만들어 준다.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 신이 주신 선물.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매일 만나는 예술 작품오직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오늘 더 부지런히 사랑해 본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예술은 없다"라고 말한 빈센트 반 고흐의 문장을 마음에 되새기며. 

 

 

<이탈리아 밀라노 La Scala Theatre>

 

 오 자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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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히르

번역가

단순한 삶 속에서 지혜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