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8일 토요일
요즘 사람들을 극장으로 모이게 만드는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는 청령포로 유배를 간 노산군(단종)과 광천골의 엄흥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엄흥도는 촌장으로, 노산군이 먹지 않은 쌀밥을 볼이 미어지게 먹는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으로 그려진다. 촌장이 그럴진대 마을 사람들이라고 어디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다슬기와 나물, 토끼 등을 잡아 정성껏 요리하여 노산군의 밥상에 올린다.
영화 속에서 노산군은 절벽에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 시도하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인정에 다시 눈빛을 되찾는다. 하지만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시도가 무산되면서 노산군은 죽음을 맞고 강에 버려진 노산군의 시신을 엄흥도가 모신다.
《왕과 사는 남자》는 무거운 역사적 사실에 비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가벼운 영화다. 역사적 고증을 철저히 요구하는 영화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너무 비중이 없었던 한명회의 쓰임새도, 매화나 태산 등의 등장인물들도 어떤 서사나 개연성도 없이 소비된 느낌이 들었고, 수도와 지방의 지역차를 과장해서 대비시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엄흥도는 이름 없는 지방 관리라고하지만 노산군이 먹지 않은 쌀밥을 볼이 미어지게 먹는 장면이나, 그 지역 토박이인 인물들이 지형을 잘 활용하지 못했던 모습이나, 유배 온 양반 하나로 온 마을이 잘 먹게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는 다소 지역비하적인 모습을 띠었던 건 아닌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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