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7일 수요일
묘하게 사람을 건드리는 책이 있다. 그 책은 독자인 나를 긴장하게도 만들고 당황하게도 만든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끝까지 읽고 여운에 잠긴 시간 동안 나는 스스로가 조금 더 자랐다고 믿는다.
성해나 작가의 단편소설집 《혼모노》에는 정말로 묘한게 있다. 책을 읽으며 발가벗겨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날 감싸고 있던 보호막이 벗겨지고, 당황과 혼돈과 함께 묘한 안도감마저 든다. 소설은 나에게, 나는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인간임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세상 모두가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인간이라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말해 준다.
감독의 사과를 마주한 열혈 팬의 모습에서, 타국의 의미 모를 축제를 즐긴 외국인의 모습에서, 인간을 고민했던 한 설계사의 모습에서 다양한 회색을 만난다. 내가 살아오면서 머릿속에 그려온 색이 어떤 색이든지에 관계없이, 이 소설은 모든 등장인물들을 다양한 채도의 회색으로 바꿔버린다.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마저도.
당황스럽다. 말하기가 곤란하다. 단단했던 땅이 젤리처럼 말랑말랑해져버렸다. 세상이 낯설어졌다. 뜨거운 딤섬을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머금고 있는 느낌, 딱 그 느낌이다. 뱉자니 내 모습이 떠올라 뱉지도 못하겠고, 삼키자니 마음속 어딘가가 결려 삼킬 수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단단한 나를 깨길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라 감히 말하겠다.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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