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7일 토요일
믿는다는 건 어떤걸까? 사전에서 믿음을 찾아보면 첫 번째로 나오는 해설은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이다. 이런 해설을 만나면 당황스러운데, 믿음을 알고 싶은데 해설로 믿음을 쓰면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머릿속에서 단번에 '그래서 믿음이 뭐냐고!'라고 소리칠 수 밖에 없는 해설이다. 두 번째 해설은 "초자연적인 절대자, 창조자 및 종교 대상에 대한 신자 자신의 태도로서 두려워하고 경건히 여기며 자비, 사랑, 의뢰심을 갖는 일"이다. 이 해설에도 믿음이 등장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대상에게 느끼는 감정,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믿음이라는 건 두려움도 사랑도 포함된 마음가짐이라는 거다.
여기 신을 사랑하고 싶었던 한 소년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 파이 파텔이다. 소년은 신실한 힌두교 신자다. 신과 인간뿐 아니라 동물, 나무, 흙에 있는 모든 브라만이 아트만과 다르지 않다는걸 알아차리고 우주와 하나가 되려하는 가르침에 깊은 감사와 사랑을 느낀다. 어느날 소년은 인간의 죄를 대신해 신의 아들이 대가를 치렀다는 기독교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다. 사흘간 신부와의 대담 속에서 사랑을 느낀 소년은 예수를 사랑하게 되고 예수를 만나게 한 크리슈나에게 감사를 드린다. 일 년 후 소년은 이슬람 신자인 빵집 아저씨를 통해 이슬람교를 배우게 되고 이후 길을 걷다 알라를 만나고 햇살이 쏟아지는 곳에서 성모를 만나며 신과 아주 가까이 있다는 느낌 속에 삶을 충만히 살아간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소년은 이해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지고 만다. 어느날 가족과 길을 걷다 신부와 힌두교 사제, 이슬람 지도자를 한자리에 함께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경멸했으며 소년이 세 곳의 예배를 다 보고 있다는 걸 믿지 못한다. 소년은 그저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라" 말한다.
이후 소년은 가족과 함께 탄 배가 바다에 가라앉는 큰 사고를 당한다. 유일한 생존자가 된 소년은 침몰한 선박의 일본인 사고조사관에게 그동안 겪은 일을 모두 말한다. 그들은 그건 현실적인 일이 아니라며 사실을 말해달라 요구한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말한다. 그래서 소년은 그들이 믿을 만한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 그렇다고해서 그들은 소년의 말을 온전히 믿는 눈치가 아니다. 이에 소년은 그들에게 묻는다.
"어느 이야기가 사실이든 여러분으로선 상관없고, 또 어느 이야기가 사실인지 증명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묻는데요,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나요?"
그들은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든다고 대답한다. 그 대답을 듣고 소년은 눈물을 흘린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믿는다는건 뭘까? 소년은 힌두교의 가르침도, 기독교의 가르침도, 이슬람의 가르침도 모두 마음 깊이 믿고 진실로 행하며 신의 사랑을 느꼈다. 하지만 '현자'들은 믿을 수 없다고 말하며, 소년의 믿음을 의심한다. 사고 후 만난 조사관들도 소년에게 그 이야기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믿을 수 있다고 여기고 어떤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고 여기는 걸까. '밖에 있는 나무는 일련의 진화과정을 거쳐 이 자리에 존재한다'고 말하면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밖에 있는 나무는 신이 창조했다'고 말하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인가?
나는 어떤 이야기를 믿는가? 나는 어떤 이야기가 마음에 드는가?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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