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금요일
임솔아 시인의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읽다가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시인은,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가 어떤 뚜렷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아홉 살>에는 도시건설 게임을 하는 나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나는 도시를 건설하고 또 무너뜨린다. 도시가 재건될 수 있을만큼 적당히 망가뜨리고 또 도시를 키우기를 반복한다. 그런 행동에는 어떤 큰 의도는 없었다.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더 오래 게임을 하고 싶었으니까. 나는 나의 시민들에게 미안하지 않다."
<살의를 느꼈나요?>에서는 열두 살의 어린 킬러가 등장한다. "동생들이 굶고 있어서요. 방아쇠만 당겼을 뿐인데요.", "제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돈을 받았을 테죠."
혹시 시인은 필사적으로 의미를 잃어버리고 싶었던게 아닐까. 나한테 일어났던 일은, 그가 나한테 했던 행동은 큰 의미가 있었던게 아니다, 라고. 필사적으로. 그러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가, 조금은 과거를 떨쳐버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용서의 이유를 찾고 있는게 아닐까.
나도 그렇게 누군가를 용서해볼까.
용서할 수 있을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에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