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9일 화요일
서맨사 하비의 《궤도》를 읽고 있다. 우주에서 임무를 진행하는 우주비행사가 등장하는데,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임무 초반에는 다들 가족을 그리워한다. 심할 때는 속을 도려내듯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여기 있는 사람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자신들이 아는 것을 알고, 보는 것을 보는, 그래서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 지구로 돌아가면 무슨 일이 있었고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를 어디서부터 꺼내 놓아야 할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같은 성을 나눠 가지고, 같은 피를 나눠가져야만이 가족이 되는건 아니다. 함께 알고 함께 보고 그래서 설명하지 않아도 뜻이 통하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그래서 때로는 가까운 이웃이 가족과 같아지기도 하는걸테다.
그러면 반대의 경우에는 어떨까. 같은 성을 쓰고 같은 피를 나누었지만 서로 다른 곳을 보는 사람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설명이 필요하지만 서로를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해 설명을 하지 않는다. 다른 생각이 깊어지고 오해가 쌓인다. 돌아보면 어느새 서로가 보이지 않을 만큼 떨어져있다.
오빠가 돌아가셨다. 어디가 아픈지, 무엇이 힘든지 몰랐다. 아니, 설명이 필요한데 설명을 하지도 설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오빠와 나는 지구와 우주선만큼이나 멀다.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도, 지구와 우주선만큼이나 멀다.
가족을 그리는 고통 속에서 가족이 된 우주비행사들처럼, 지구에 착륙하기 위해 충격을 견디는 우주선처럼, 나는 가족을 받아들이기 위해 설명을 하고 오해를 푸는 고통을 마주할 수 있을까. 그럴 생각이 있는건 맞는걸까.

에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