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혁명

2025. 12. 05by에그

2025년 12월 5일 금요일

KBS다큐멘터리 트랜스휴먼 3부 유전자혁명을 보았다. 트랜스휴먼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상상하기 어려운 분야가 유전자라고 생각한다. 흔하게 들어왔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유전자변형 콩이나 옥수수에 대해 부작용이나 불안감을 호소하는 말들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인지 께름칙한 마음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던 부분은 '노화'다.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변형시켜 젊음을 되찾게 한다. 현재 가장 가까이 연구되고 있는 것이 이 기술을 이용한 노인성 안질환 치료법이다. 유전자 변형 연구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이 암 발병이라고 하는데, 눈은 암 발병 확률이 낮고 국소적인 부위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선택된 부위라고 한다.

어떤 이는 인터뷰에서 노화를 다스리는 유전자 변형 기술이 발전하면 인류는 50년의 평균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보다 젊은 신체로 오래 살 수 있다면 그곳은 낙원일까?

돼지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그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한다. 돼지 신장을 이식받아 1~2백여일을 살았던 사례자도 등장한다. 숨 차지 않고 10블록을 걸을 수 있게 되면서 느낀 자유로움을 설명한다. 눈이 빛나고 환희와 기대에 찬 표정이다. 그 얼굴을 보면서 난 왜 돼지의 얼굴이 떠올랐을까. 인간이 가지고 있지 않은 유전자를 제거당하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가진 채 키워진 돼지는 어떻게 자랐을까.

어떤 이는 인터뷰에서 질병의 치료나 노화의 극복을 위해 유전자를 변형하는 행위, 그리고 그렇게 변형된 유전자로 살아가는 이들을 트랜스휴먼이라 보지 않는다고 한다.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위해 유전자를 변형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형해 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전자 변형은 인간이 자연을 다스리는 일종의 신과 같은 행위로 봐야할까,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기에 자연현상이라 보아야할까, 같은 생각도 든다.

조로증을 겪고 있는 인터뷰이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과학을 믿는다. 과학은 사람들의 삶에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이라니, 날 어떻게 변형시킨다는 건지, 소름이 끼친다."라고.

사이보그와 뇌 임플란트, 그리고 유전자 혁명까지 보고 드는 가장 첫 번째 생각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상성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지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다. 과학의 혜택으로 새 삶을 받은 사람들에게 그러지말고 살던대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모든 신체를, 인간을 대할때 어딘가를 개조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되는건 아닌지가 우려스럽다는 말이다. 지금도 그러지 않는가. "쟤는 코만 좀 높이면 완벽할텐데."라는 말이 "쟤는 ○○유전자만 변형시키면 완벽할텐데."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하는 세상이 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은 과학의 위대한 혜택 아래 하찮은 물음거리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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