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명 감동 주기 습관

2025. 12. 08by오자히르

7년 전 어느 라이프 코치와 함께 습관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21일 동안 좋은 습관을 함께 실천하고 공유하며 매일 피드백을 받았다. 독서와 운동, 목소리 낭독, 명상, 10분 정리, 플래너 시간 관리 등 여러 목록이 있는데, 내 삶을 가장 많이 변화시킨 습관이 있다. 그건 바로 ‘하루 1명 감동시키기’이다. 

 

당시 3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나와 아이를 돌보기도 바쁜데, 하루에 1명을 감동하게 하라니. 처음엔 어색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숙제였고, 온라인에 업로드해야 했기에 안 할 수도 없었다. 고민하다가 가까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기. 이웃에게 과일 나누어 주기. 단골 카페 사장님께 "여기 커피가 우리 동네에서 가장 맛있어요" 칭찬하기. 고마운 사람에게 손 편지와 작은 선물 주기. 상대방의 장점 찾아주기. 공감하고 경청하기. 오랜만에 친구에게 안부 묻기. 아이와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해주기. 부모님께 시간 내어 전화하기. 기분 좋은 미소로 따뜻한 말 건네기.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먼저 말을 건네본 적도 없던 내가, 나 하나 챙기며 살기도 벅찼던 내가, 육아와 일로 바쁜 내가, 남을 위해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니. 나도 모르는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조금씩 차가웠던 마음에 온기가 채워졌다. 

 

집에만 있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 라이프 코치는 나 스스로에게 친절을 베풀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나를 감동하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를 위해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고, 좋아하는 책을 주문하고, 위시리스트에 있던 물건을 구매하기도 했다. 평소 가고 싶던 전시회에 혼자 가고, 근사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쁨을 누렸다. 내가 나에게 휴식을 허락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처음 느꼈다. 

 

21일이 지나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나는 이 습관을 계속 이어갔다. 지난 7년간 하루 한 명 감동 주기를 꾸준히 연습하며 오히려 내가 더 충만하고 행복해졌다. 나에게 여유를 주는 쌓이고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니 그 마음을 알아보는 내면이 풍요롭고 여유로운 사람들이 자연스레 곁에 남았다. 내가 베푼 친절은 신기하게도 더 크게 나에게 돌아왔다. 

 

그 이유를 한 단어로 정의하고 싶었는데 요가를 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Abundance Mentality(풍요로운 마음가짐). 스티븐 코비의 책 ‘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에 보았던 단어다. 세상은 풍요로우며 모든 사람이 나누어 가질 만큼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 마음가짐은 내면에서 자신이 가치 있다는 믿음과 안정감에서 나온다. 가능성과 선택의 기회, 창의성을 넓혀준다. 그래서일까. 좋은 일과 기회가 나에게 조금씩 찾아왔다. 

 

"Be kind, for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hard battle." (친절하세요.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힘든 싸움을 하고 있으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명언이다. 모두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늘 행복해 보이는 SNS 속 사람들조차도. 그렇기에 우리는 조금 더 친절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상황은 통제할 수 없어도 감정과 행동은 언제나 나의 선택이다. 받아들임은 또 다른 용기와 지혜다. 나는 이제 감히 말할 수 있다. 마음이 평온한 사람은 매일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일 거라고. 공기가 차가워졌다. 사소하고 미약하지만, 오늘은 누구에게 진심을 표현하고 감동을 줄지 생각해 본다. 따뜻한 겨울의 시작이다.  

 

 


 

오 자히르

sarahbaek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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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히르

번역가

단순한 삶 속에서 지혜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