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IT 동아리를 하나 하게 됐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한 팀이 되어 하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동아리이다.
첫 협업으로 '숏커톤'이라는 이름의 (short+hackathon) 프로젝트를 했다.
금요일 18시부터 토요일 11시까지 진행 했다.
나는 기획자이자 PM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로 팀을 이끌게 되었다.
사실 앞에 나서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시간 관리에 특히나 약한 편이라
매우매우 걱정이 되었던, 팀원들에게 피해만 되지 말자 다짐했던 프로젝트였다.
기획자는 문제 정의가 중요하고,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은 눈에 보이는, 혹은 실제 서비스가 구현되는 분명한 결과물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짧은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야하고,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산출물은 비교적 명확하게 결과가 보이기에,
문제 정의는 살짝 접어두고 매니징에 집중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나는 워낙 지금 당장의 일에 몰입 하는 경향이 있어 역시나, 내가 짠 타임테이블에 내가 1-2분씩 늦었다.
그럼에도 팀원들은 알아서 착착 잘 해주고, 팀 분위기도 너무너무 좋았다.
다른 팀들은 한 번을 안 쉬는데 우리 팀은 30분을 쉬고, 나는 개인적으로 쪼개 1시간을 쉬었다.
팀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내가 되려 분위기를 흐리나 하는 걱정도 되었지만
잠에 진심인 나는 밤샘이 진짜 진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
쉬지 않는다고 해서 무언가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쉬었다.
산출물을 최종 제출하는 시간까지도 타임어택으로 끌어가게 되어서
발표 준비할 시간도 갖지 못 했다.
그래서 아침 시간에 혼자 밖에 나가 세 번 정도 발표를 연습해보았고
반쯤 수면 상태에서 얼렁뚱땅 한 발표는 지금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문제정의도 부족하고, 발표야 뭐 늘 부족했는데 최악의 상황에서 발표를 했고
매니징도 ........ 내가 한 게 거의 없을 정도로 팀원들이 너무 너무 알아서 잘 해주었다.
발표를 끝내고 시상을 기다리며 혼자만의 반성을 하고 팀원들에게 미안해서 눈물도 슬쩍 났다.
그런데 웬 걸 ....... ! 심사위원 1등상과 학생 투표 1등상을 받았다 ........ !!!
팀원들은 예상했다고 하는데 나는 진짜 예상도 못 해서 눈물이 찔끔 났다.
숏커톤이 끝나고나자 여기저기서 최종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 게 없는데 .. ! 우리 팀원들에게 얹혀 간 건데 내가 이런 연락을 받으니 얼떨떨했다.
어쨌든 최종 프로젝트는 3주간 진행되고, 마지막이자 메인 프로젝트라 함께 할 팀원들도 잘 결정해야하는데
감히 내가 다른 파트의 사람들을 가늠한다는 것도 어려웠고, 그들이 나를 어떠한 수준으로 가늠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나의 부족한 점을 알아서 스스로 파악하고 개선하면 좋겠지만, 내가 나를 객관적인 수준에서 잘 가늠하고 있는가 - 또한 어렵다.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칭찬은 다 예의상 해주는 말 같고, 스스로 생각할 때는 다 엉망이라
어떤 기준으로 어떤 역량을 우선 순위로 잡고 개선해나가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ㅛ한다.
남이 되었든 내 스스로가 되었든,
누군가를 가늠한다는 것은 참 어렵고도 모호한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가늠해야하는 일들은 계속해서 생긴다.
아아 --- 어려워 ~~~ !

보미겨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