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2025. 11. 20by에그

2025년 11월 20일 목요일

포스텍에서 진행하는 미래지성아카데미에 다녀왔다. 오늘의 연사는 디자이너 이상봉님이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한글을 사용한 디자인으로 유명해진 분이다. 그 때 디자인한 옷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주시며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어려서 한글을 배우면서 네모 칸 안에 바르게 정자로 쓰는 법만 배웠지 한글의 미학에 대해 배워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한글의 아름다움은 한글을 전혀 모르던 외국인에게 배웠다."

이 말을 들으며 '아름다움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 외국인은 난생 처음 보는 문자를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그는 낯선 것이라서 아름답다고 느꼈던걸까. 지금은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책에서 이런 글도 보았다. "외국의 길거리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간판에 적힌 문자를 해독할 수 없어서이다. 이미 알고 있는 문자는 정보로 인식되지만 그렇지 않은 문자는 이미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오래된 기억이라 '이미지'라는 단어가 정확한지 확신할 수 없다. 문양이나 그림 또는 장식 등의 단어였을 수도 있다.) 그러면 낯설고 새로운 건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하나의 조건일 수 있겠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잘 알고 있고 익숙한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종종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하는 연예인들에게서 아름다움보다는 아쉬움이나 더 나아가서는 기괴함을 느끼기도 하고,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처럼 여러 변형을 시도하다 결국 기본형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아름다움은 '타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에게서 한글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올 겨울엔 이 스타일이 유행이라는 잡지 기사를 보면 해당 스타일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작년에 예쁘게 입었던 옷들은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아름다움은 교육되어지는 것이다. 내가 아름답게 느끼는 것들이, 아름답게 느끼라고 가르침받아서 아름답게 느끼는거다. 어쩌면 사회적 가스라이팅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본능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곤충을 두고 한 쪽에서는 완벽한 구조와 생명의 경이로움, 신비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기괴하고 두려워서 곁에 오는 것조차 피하기도 한다. 그러니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본능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타인이 말하는 아름다움에 귀기울이는 것과 같은 무게로 나는 왜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보는 법을 배워야겠다.

에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