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이끄는 디지털 세계 

– 영화 〈트론: 아레스〉와 트렌트 레즈너

최근 개봉한 〈트론: 아레스(Tron: Ares)〉를 보고 왔다.

솔직히 말해, 이번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이유는 스토리보다 ‘음악감독’ 때문이었다.

그 이름, 바로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 인더스트리얼 록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이하 NIN)'의 창립자이자, 사운드 실험의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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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트 레즈너, 기계 속의 감정을 만든 사람

나인 인치 네일스는 단순한 밴드가 아니다.

트렌트 레즈너 혼자서 작곡, 연주, 프로듀싱까지 해내며, 거친 기계음 속에 인간의 불안을 녹여낸 하나의 음악 프로젝트다.

그의 대표작인 The Downward Spiral은 90년대 대중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끝자락을 보여줬다.

그 후 그는 영화 음악으로 영역을 넓혔다.

〈소셜 네트워크〉, 〈소울〉 등으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를 수상하며, “록스타이자 영화음악가”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2018년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서 직접 본 그의 무대는 말 그대로 ‘전기 충격’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트렌트 레즈너가 음악을 맡은 트론이라면, 사운드 좋은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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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 디지털 세상의 신화를 만든 영화

‘트론(Tron)’이라는 이름은 다소 낯설 수 있다.

한국에서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지만, 이 시리즈는 영화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1982년 1편은 당시로선 불가능해 보이던 ‘컴퓨터 속 세계로 들어간다’는 설정과 최초의 CGI 시도로, SF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플린이라는 프로그래머가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과 협력해 인공지능 ‘MCP’에 맞서는 이야기 속에는, 창조주와 피조물, 인간과 AI라는 주제가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2010년의 속편 〈트론: 새로운 시작〉은 시대에 맞게 ‘아버지와 아들’, AI의 자의식이라는 주제를 더했다.



이때 음악은 다프트 펑크(Daft Punk)가 맡았는데, 그들의 전자음은 네온빛 시각효과와 완벽하게 맞물려, ‘트론 미학’이라 불릴 정도의 상징성을 남겼다. (여담으로 영화 속에서 카메오로 출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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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트론 – 〈트론: 아레스〉

이번 〈트론: 아레스〉는 15년 만의 신작이다.

줄거리를 간단히 말하자면,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인간의 감정을 지닌 AI ‘아레스’가 현실로 침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AI가 현실 세계에 나타난다는 설정 자체는 익숙하지만,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가 만들어낸 음악의 긴장감과 감정선 덕분에 전혀 다른 분위기로 느껴진다.

특히 이번 사운드는 기존 트론 시리즈보다 훨씬 어둡고, 감정적으로 묵직하다.

기계음 속에서도 인간적인 떨림을 느낄 수 있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요즘 매일 맞닥뜨리는 AI 시대의 불안함을 그대로 음악으로 옮겨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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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감각은 완벽하다

물론, 트론 시리즈의 약점이라 늘 지적되는 “스토리의 단순함”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하지만 솔직히, ‘트론’을 보는 이유는 스토리 때문이 아니다.

그건 눈과 귀로 즐기는 디지털 오페라에 가깝다.

네온빛 비주얼, 전자음이 터져 나오는 사운드, 그리고 그 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나는 인간적인 감정들.

아이를 재운 뒤 잠시 찾은 영화관,

한동안 잊고 있던 ‘순수한 시청각의 몰입’을 다시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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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부모 세대에게 트론은 미래와 향수의 교차점

‘트론’은 80년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디지털 신화이자, 지금의 AI 시대를 예언한 영화다.

그리고 트렌트 레즈너의 음악은 그 신화에 인간의 온기를 불어넣는다.

우리 세대가 어린 시절 처음으로 컴퓨터를 접했을 때 느꼈던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이제 부모가 되어 아이에게 AI 세상을 설명해야 하는 복잡한 감정이

〈트론: 아레스〉 안에서 묘하게 겹쳐진다.

이 영화는 단순한 SF가 아니라, “기계와 인간, 부모와 자식, 과거와 미래의 연결고리”를 담은 작품이다.

그리고 그 연결의 중심엔 언제나 ‘음악’이 있었다.

🎧 플레이리스트: 디지털 속 감정 – TRON & TRENT

🎬 1. 영화 〈트론〉 시리즈 명곡

1. Wendy Carlos – “Tron Main Theme” (1982)

: 최초의 ‘디지털 오케스트라’. 신시사이저와 오케스트라가 융합된 시대 초월 사운드.

2. Daft Punk – “Derezzed” (Tron: Legacy, 2010)

: 트론 시리즈의 상징. 게임 같은 리듬과 네온빛 질주감을 느낄 수 있다.

3. Daft Punk – “The Grid” (feat. Jeff Bridges)

: 배우 제프 브리지스의 내레이션과 함께,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담은 트랙.

4. Daft Punk – “End of Line”

: 차가운 전자음 속에 흐르는 서정성. 부모 세대에게도 익숙한 ‘80년대 신스 감성’이 느껴진다.

5. Trent Reznor & Atticus Ross – “The Arrival of Ares” (Tron: Ares OST, 2025)

: 묵직한 드럼과 금속성 신스의 긴장감이 압도적인 신곡. (공식 OST 발매 후 청취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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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트렌트 레즈너 & 나인 인치 네일스 (Nine Inch Nails)

1. Nine Inch Nails – “The Perfect Drug”

: 기계적인 리듬 속에서도 감정의 폭발이 느껴지는 대표곡.

2. Nine Inch Nails – “The Hand That Feeds”

: 사회 비판적 가사와 강렬한 기타 리프가 어우러진 인더스트리얼 록의 정수.

3. Nine Inch Nails – “La Mer”

: 조용한 피아노와 앰비언트한 사운드가 어우러진 명곡. 아이 재운 후 듣기에도 좋은 트랙.

4. Trent Reznor & Atticus Ross – “Hand Covers Bruise” (from The Social Network)

: 차분하지만 내면의 긴장감을 자극하는 피아노 인스트루멘탈.

5. Trent Reznor & Atticus Ross – “What Have We Done to Each Other?” (from Gone Girl)

: 서늘한 감정선을 전자음으로 표현한 대표 영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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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트론 세계관과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 추천

1. M83 – “Midnight City”

: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듯한 신스팝의 대표곡.

2. Justice – “Genesis”

: 프랑스 일렉트로 듀오의 강렬한 비트. 다프트 펑크 이후 세대를 대표.

3. Kavinsky – “Nightcall” (영화 〈Drive〉 OST)

: 네온사인과 어울리는 어두운 신스웨이브의 정석.

4. The Chemical Brothers – “Surface to Air”

: 트론의 질주 장면이 떠오를 만큼 몰입감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

5. Depeche Mode – “Enjoy the Silence”

: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의 원조이자, 트렌트 레즈너에게도 큰 영향을 준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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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밤 시간대 감상용 (감성 + 집중)

1. Trent Reznor & Atticus Ross – “Pieces Form the Whole” (The Social Network)

2. Daft Punk – “Adagio for TRON”

3. NIN – “A Warm Place”

4. Clint Mansell – “Welcome to Lunar Industries” (Moon OST)

5. Vangelis – “Blade Runner Blues”

: SF와 인간성의 교차점을 보여주는 명곡으로, 트론 시리즈의 철학적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