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8일 화요일
수전 손택의 <여자에 관하여>를 읽었다. 이 책은 저자의 에세이와 인터뷰 7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 중 [나이 듦에 관한 이중 잣대]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생각해본다.
사회는 '나이 듦'을 어떻게 바라볼까. 먼저 생각나는 것은 젊음이다. 우리 사회는 젊음을 찬양한다. 청춘만이 오로지 동경의 대상이 되고 어떻게든 젊은 외모를 유지하려 안간힘 쓴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면서 힘 있고 빠른 젊은이들이 사회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젊음을 동경하게 되었다 생각한다. 힘은 농경사회에서도 필요했을 텐데 산업사회에서 왜 더 부각되었을까? 아마도 농경사회에서는 살아오면서 축적했을 지식(노인의 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을테지만 산업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사회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젊은이에 대한 필요가 더 커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나이 듦'을 비교하며 책의 제목처럼 주로 여성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성적 자격에서의 여성의 나이 듦에 대한 인식, 영어권에서 쓰이는 미스와 미세스의 미묘한 관심, 계급에 따라 구분되어지는 코스메틱에의 집착, 그에 따라 드러나는 나이 듦의 허구적 성질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결론은 '여성은 자연스럽게 나이들어야하고 그것이 이 사회의 이중잣대에 저항하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자연스럽게 살 수 없는 사회라는 말이다. 나이 든 남성은 앵커로서 뉴스 데스크에 앉아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진중하고 무게감있고 경험을 많이 쌓은 이미지가 덧씌워져 더욱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은 나이들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젊은 여성이라도 안경을 쓰는 앵커가 엄청난 화제가 될 정도다. 왜 우리 사회는 여성의 나이 듦을 더 좋지 않게 보는 걸까.
나도 이런 류의 관심을 많이 받는다. 나는 평생 화장을 해 본 날이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딱히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저 화장한 내 모습이 예뻐보이는게 아니라 어색해 보여서였다. 화장을 하면 내가 아닌 것 같았고 오히려 맨얼굴일때보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더 부끄러웠다. 친구들은 맨얼굴일때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부끄럽다고 하던데 나는 반대였다. 내가 화장 기술이 형편없어서 일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메이크업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맨얼굴로 다닌다.
또, 나는 염색을 하지 않는다. 언젠가 책에서 염색약이 물을 오염시키는 수준이 아주 심하다는 글을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잠깐의 내 만족을 위해 이렇게 오염물질을 사용해도 되는 걸까. 그때부터 염색은 물론 미용실 출입을 끊었다. 그러다보니 흰 머리를 염려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다. "너도 흰머리가 있네, 어떡하냐"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때는 무어라 대처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저 속으로 흰머리가 그렇게 큰일인가, 흰머리가 나지 않는 사람도 있나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물론 나도 나를 다행스럽게 생각했었다. 운이 좋게도(?) 사람들은 나를 동안으로 바라본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신분증 확인을 해야만 할 정도였다. 그런 내게 부럽다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나는 왜 남들이 나를 어리게 보는걸 다행이라 생각했을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유일한 권력은 젊음과 아름다움일 뿐이라는 걸 체득 한걸테다. 우리는 자연스러움을 되찾을 수 있을까.

에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