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연은 시간에 맡기기

2025. 11. 11by퐝퐝

아침 출근길에 톡을 열었다. 

오늘 생일자 목록이 뜨는데,

이름들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예전엔 이런 알림이 반가웠다.

누군가에게 먼저 안부인사를 건네면,

그날 기분이 달라지곤 했으니까.

요즘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름일 뿐이다.

이 많은 사람 중, 앞으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을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같이 웃고 이야기하던 사람들인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인연이란 그런 거겠지.

그래서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직함이나 나이 같은 것들을 다 떼어놓고 보면 

진짜 남는 관계가 얼마나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소중한 순간이 언제인지 더 또렷이

보이기도 한다.

 

사회에서 만난 선배, 후배 관계도 비슷하다.

경험을 나누는 건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게 관계의 조건이 되어버리면 씁쓸하다.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마음이 닿는 건 아니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버티고,

서로의 하루를 짐작할 뿐이다.

오늘따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조금 멀게 느껴진다.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에게 짧은 안부를 남긴다.

그 몇 줄의 대화가 내가 아직 세상과 이어져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오늘의 인연은 그대로 두고 

그저 시간에 맡기기로 한다.

 

 

퐝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