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5일 수요일
한로로 작가의 <자몽살구클럽>을 읽었다. 스토리나 개연성, 캐릭터 설정 등이 많이 허술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그런 평가는 무용하다. 그렇다고해서 생각해 볼 주제가 없는건 아니다. 상큼한 이름과는 달리 자몽살구클럽은 자살클럽이다. 함께 죽는 클럽이 아니라 함께 살아보자는 클럽이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모여 서로가 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취지로 만들어진 클럽이다.
모두 네 명의 클럽원 중 대표적인 두 인물이 있다. 한 인물은 성적 지향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가족 때문에 힘들어하고 한 인물은 폭력을 휘두르는 가족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먼저 성적 지향을 생각해본다. 우리 사회는 왜 유독 남들과 다른 성적 지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까? 그 이유를 나는 과도한 성장 중심 사회문화에서 찾아본다. 누군가의 강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는 노비와 상민의 양반화, 그러니까 모든 시민들의 전체적인 지위 상승으로 평등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회라고. 그러니 모두들 양반이 되기 위해 이악물고 노력해야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그건 개인의 노력 부족 탓이라는 시선이 강한 사회라고. 그러니 남들과 다른 성적 지향을 이해해줄리 있을까. 어딘가 모난 곳이 있으면 성장이 불가능에 가까운 사회에서는 더더군다나.
이어서 가정 폭력을 생각해본다. 가정 폭력은 왜 일어날까. 그 가족 구성원을 나의 소유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일거다. 전통적인 가족상은 가장을 중심으로 모두가 가장을 지탱하며 이루어져왔다. 문제는 그 가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거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이런 대사가 있었다. "모두 내가 먹여 살리는 줄 알았지.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모두가 나 하나 건사하면서 살았던거야." 이런 생각은 가장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결코 혼자 태어난 괴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회는 말한다. 성적 지향도 가정 폭력도 개인적인 일이지 사회적인 일이 아니라고. 정말 그런가? 그런 사소한 일은 숨기고 오로지 성공으로만 향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가? 아니, 사회가 유지가 되긴 하는가? 24년 기준 자살률이 10만명당 29.1명이다. 하루에 39명이 자살을 해야 나오는 숫자이다. 이 숫자를 그저 '개인이 나약해서'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나?
그저 이들의 이야기를, '살구싶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회를 만들자는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이런 이야기도 있다. '내 주위에는 성소수자가 한 명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건 성소수자가 주위에 없는게 아니라 과연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사람인지 먼저 고민해'보라고.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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