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한국이다. 모국이 여행지가 되니 기분이 색다르다. 그리스와 한국은 직항이 없고 아이와 단둘이 14시간 장거리 비행이지만 마음이 설렜다. 가족에게 줄 선물을 한가득 캐리어에 싣고서.
10월의 어느 가을날, 남동생 결혼식에는 마법처럼 비가 그쳤다. 자연 속 맑은 공기와 바람은 시원했다. 야외 예식이라 엄마는 며칠 전부터 비가 오지 않기를 열심히 기도하셨다. 삼 남매 모두 결혼한 모습을 본 엄마는 '숙제 끝!'이라며 만세를 불렀다.
엄마라는 가장 위대한 직업. 누구도 엄마 없이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으니까. 나를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마음의 품. 보이지 않는 노력과 헌신, 희생. 매일 아이 셋의 삼시 세끼를 요리하던 엄마 마음은 어땠을까. 나는 한 명도 벅찬데 어떻게 셋이나 먹이고 재우고 키우셨을까. 언제나 밝고 명랑한 엄마를 만난 건 행운이다. 파란 한복을 입은 엄마 모습은 어느 때보다 곱고 아름다웠다.
부모님께서 나에게 주신 가장 큰 유산은 언니와 남동생이다. 어릴 적부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자란 사이. 언니가 차려준 밥상, 동생이 예약해 준 숙소, 엄마가 주신 반찬까지 모두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조건 없는 사랑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가족. 나는 이 사랑을 다 베풀 수 있을까.
아이가 그리워했던 오래 살았던 동네도 다녀왔다. “선생님~”, “아주머니~”라며 두 팔 벌려 신나게 달려가는 9살 아이의 순수함을 누가 마다할까. 어딜 가나 살가운 성격 덕분에 추로스 가게 아주머니, 태권도 학원 선생님, 단골 카페 사장님 모두 한결같이 반기며 선물을 주셨다. 오랜만에 만난 미용실 누나와도 아이는 한없이 수다를 떨었는데 멀리서 찾아와 감사하다며 이발비도 받지 않으셨다. 정 많은 우리 한국 사람들.
한국은 디테일이 섬세하다. 빠르고 편리하다. 고풍스러운 한옥과 높은 빌딩의 조화도 멋스럽다. 어디서든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고, 당일 배송이 가능하고, 추억이 곳곳에 숨어있어 편안한 곳. 물과 반찬을 무료로 주는 것마저 감사하다. 가까이 있을 땐 몰랐던 소중함.
오랜만에 북적북적하고 시끌벅적한 시간. 정신 차려보니 다시 공항이다. 짧은 일정이라 아쉬웠지만, 아이의 표정이 말해준다. 너무 행복했다고. 김밥과 떡볶이만 먹어도 우리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익숙한 것의 편안함. 한식이 주는 위로. 가족의 따스한 품 안에서 꿈처럼 흐른 시간.
그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아테네에 도착했다. 알록달록한 복주머니에 한국 과자와 마스크팩을 넣어 그리스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Can I give you a hug?”라며 한 명씩 안아주는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내가 받은 사랑을 베풀면, 그 사랑은 언젠가 더 크게 돌아온다. 나도 모르게,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시차 적응으로 피곤해 보이는 엄마에게 아이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일단 먼저 안아줄게.” 무엇이 더 필요할까. 모든 게 그저 감사하다. 베풀어야 할 사랑이 수북히 쌓여있다. 사랑이 전부다.


오자히르
번역가
단순한 삶 속에서 지혜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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