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면...

2025. 10. 26by퐝퐝

지난주부터 비가 연이어 내리더니, 간만에 해가 떴다. 

조카와 함께 놀이터 근처를 산책했다.

어찌된 영문인지,아스팔트 위에 지렁이 한 마리가

나와있었다. 햇빛에 바짝 말라 비틀어진 모습으로.

내 눈엔 이미 세상을 떠난 생명이었다.

 

"이모,지렁이가 목이 마른가봐.집에 가서 물 갖고오자"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

"이미 하늘나라 갔어"라고 말하려다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보니, 그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않았다.

 

지렁이를 살짝 들어 사람들 발에 치이지 않게

흙 속에 옮겨두었다. 

아이는 조심스레 물을 가져와 한 움큼 부어주었다.

"지렁이가 물 먹고나면 배불러서 쉴 시간이 필요해."

그 말에 마음이 놓였는지,아이는 놀이터로 다시 향했다.

 

조카의 순수한 마음 덕분에 작은 생명 하나에도

마음을 기울이는 법을 다시 배웠다.

조카는 금세 다른 놀이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나는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세상에 건네는 작은 마음 하나가

누군가의 생명을, 누군가의 하루를 살게 하는지도

모른다고...

퐝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