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햇빛을 싫어한다.
싫어하는 걸 넘어서 햇빛을 쬐고 있거나 낮에 외출을 하면 가만 있어도 에너지가 쭉쭉 빨리는 탓에 뱀파이어라는 별명을 달고 살 정도였다.
그런데 나도 종종 햇빛을 그저 입고 있는 시간으로부터 힘을 얻기도 한다.
주로 주위가 어두워지면 알 수 없는 아드레날린이 발바닥부터 머리 끝까지 솟아버리는 짜릿한 신남을 느끼지만
햇살 아래에서 은은하고 따뜻하게 채워지는 듯한 이 에너지도 명확히 느끼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이럴 때 내가 느끼는 햇빛은 아주 얇지만 따뜻한 옷을 입고 있는 것만 같아 '입는다'고 표현해 보았다.
물론 주로 실내에서, 그것도 집 안에서 커다란 창 밖으로부터 내리쬐는 햇빛을 즐기곤 하는데
어떻게 고작 이 햇빛이 어떻게 힘을 주는 걸까? 왜 나는 이 햇빛으로부터 힘을 얻는다고 느끼는 걸까 ?
나름의 추측은 이러하다. 우리는 유치원을 가는 순간부터 은퇴하는 순간까지 아마 평생을 해가 있을 시간에 실내에 있게 된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회사 -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장소 안에서 머물러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되는데,
조퇴를 하거나 주말이거나 휴가를 내거나 하는 날에는 이따금씩 주어지는 낮 시간의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한 경험들이 축적되어 햇빛 - 자유 - 행복 - 힐링 - 과 같은 맥락으로 연결지어 지는 것이 아닐까 ?
물론 햇빛이 실제로 합성해내는 체내 물질이 행복에 관여할 수는 있겠으나,
나는 그럼에도 해가 없는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니 ... 나에게는 그 작용이 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에게만 작용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더 있다. 그건 바로 고양이.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부터 고양이가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눈을 고이 감고 털에 반짝반짝 바스라지는 햇빛에 몸을 데우면
털에서는 보송보송한 빨래 향이 나고 고양이들이 저렇게 좋아하니 왠지 모르게 나도 좋아하게 됐던 것 같다.
음 ! 정확히는 햇빛보다 햇빛을 즐기는 고양이와 함께 늘어져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 같다.
나는 이런 게 참 재밌다. 어떠한 감정이 들면 왜 그 감정이 드는지 상황을 요소로 분석해보고
그 요소들의 합에서 하나의 요소를 바꿔보며 무엇이 진짜 요소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참 재미있다.
그렇게 찾아낸 요소들을 잘 담아두었다가 내가 힘이 들 때면 이 상황에 나를 다시 올려줄 요소를 적용해보고는 한다.
거의 10년을 주6일 내지 주7일로 살다가 이번 학기 처음으로 일요일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회의나 스터디는 있지만 '외출할 일'이 없다 !!!
나에게 주말이 있다는 게 아직까지도 얼떨떨 하고 신기하다. 삶의 질이 달라지기는 하는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잘 쉬어야 잘 살아낼 수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주말을 느끼며 햇빛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써본 감정일기 끄 --- 읕 !

보미겨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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