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2일 수요일
정체성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정체성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이라고 한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어떤 사람이 변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 '기계같다' 혹은 '감정이 없나' 같은 말을 하지 않나.
사람은 한 가지 음식만 먹고 살 수 없고 여행도 매번 다른 지역을 선택하며 새로운 경험을 추구한다.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도 '정체성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한다. 어제는 이런 정체성, 오늘은 이런 정체성, 내일은 또 다른 정체성을 갖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한 사람의 기억을 모두 프로그램에 입력해 놓는다고 했을 때도 그렇다.
사람은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존재가 아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챗바퀴 돌듯 살아가는 사람이라도 그렇다. 같은 회사에 출근해도 다른 사건을 만나고, 같은 동료를 만나도 그 동료의 기분과 감정은 매일 다르다. 심지어 매일 다른 뉴스와 영상을 접하며 생각은 수시로 바뀐다. 이렇게 바뀌는 성질까지가 사람의 정체성이다.
또한, 사람은 기억을 기억하지 않는다. 모두가 편집된 기억을 갖고 살아간다. 때로는 현재의 위치에 따라 다른 편집을 하기도 한다. 기억조차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미래에 있을 성장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그러니 그 프로그램은 정체성을 가질 수 없다.
국어사전의 의미로 정체성을 해석한다면 그 프로그램은 정체성을 가질지도 모른다. 어쨌든 변하지 않는 '기억'을 가지고 그 '기억의 본질'을 깨달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에그
걸어서 걸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임신 사실을 알고 3개월쯤 지난 뒤였다.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니 좀 거창한 느낌이 들지만 한동안은 글자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초에는 내 생애 처음 겪어보는 (아마도 마지막일) 임신과 출산, 육아의 경험을 …
내 인생의 엔딩 크레디트
한때 어떠한 무리의 관객은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갈 때까지 상영관 내 조명을 꺼두느냐, 본편 영상이 끝나자마자 환하게 불을 켜 관객이 퇴장하도록 하느냐를 기준으로 그 극장의 '격'을 따졌다. 소위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라면 관객이 영화의 여운을 즐기고, 영화를 만든 모든 사람의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