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2025. 10. 17by에그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제9장 '죽음은 나쁜 것인가'라는 파트를 읽고 있는데 여러 생각이 든다. 나는 죽음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과거에 양가 할머니 두 분의 죽음을 지켜본 적이 있다. 임종 순간은 아니었지만 병원에 입원했을 때와 장례식장으로 옮길 때, 그리고 화장장으로 가는 순간까지. 그때 난 어떤 느낌을 느꼈을까 되돌아본다. 한 번은 토요일 근무 후 병문안을 가기로 예정되었었는데 토요일 아침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병원으로부터 받았다. 되돌아보면 그때 느꼈던 감정은 당황과 허탈이었던 것 같다. 오후에 내가 가려고 했는데 아침에 돌아가시다니. 어쩌면 날 기다려주지 않은 할머니께 약간의 서운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또 한 번은 조금 먼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한 번도 병문안을 가보지 못했는데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런데 그 때는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께는 죄송스럽지만 할머니로 인해 엄마가 힘든 시간을 많이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 모두 죽음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신앙생활을 하지 않지만 할머니 두 분은 절에 다니셨고 이후에 부모님께서 49재를 지내셨으니 좋은 곳에 가셨을거라고 생각한다면 나쁠건 없지 않나. 물론 나는 그런걸 믿진 않지만 말이다. 책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를 소개한다. 그는 '살아있을 때는 죽음이 없고 죽었을 때는 우리가 없기' 때문에 죽음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 말도 여러가지로 해석하지만 나는 그의 말이 내 생각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죽음은 죽음일 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이 생각도 또 다른 사상을 접하거나 어떤 경험을 겪게 되면 바뀔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 생각은 이렇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차분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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