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열두 달 중 가장 짧지만 가장 빛나는 계절, 여름.
단 두 달간의 햇살 가득한 시간 동안 학교는 문을 닫고, 아이들과 어른 모두 일상의 틀을 벗어난다.
이 두 달은 자유의 계절, 일년 중 가장 귀중한 시간이다.
이 아름다운 여름, 사람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햇볕 위에 몸을 눕히고, 갓 구운 토스트처럼 피부가 노릇노릇 익어갈 때까지 여유를 만끽한다.
아이들은 밤늦도록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늦게 지는 태양 덕분에 여름밤 하늘의 별을 기다릴 자유를 누린다.
해가 늦게 지는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까지도 해가 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은 여름 밤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을 무척 기대하곤 했다.
프랑스에서는 이 기간을 ‘여름 바캉스’라 부른다.
사람들은 수많은 휴가 중에서도 유독 이 여름휴가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데,
형편이 어려워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역 시청에서는 1유로만 내면 휴가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여름휴가에 진심인 곳이다.
TV와 라디오에서는 끊임없이 여름 소식을 전한다. 평소라면 별 의미 없을 “어느 지역이 붐빈다”, “고속도로가 막힌다” 같은 뉴스조차도 ‘여름휴가’라는 이름 아래 더 특별해진다.
프랑스 사람들이 여름 휴가지로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니스와 몽펠리에, 칸, 생트로페, 마르세유가 있는 프랑스의 남부 도시이다.
보통 파리에서 차로 가는데만 9시간에서 10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중간 지역인 그르노블이나 안시 같은 산악 지역에 들려 자전거를 타거나 휴식을 취하며 조금 머문 뒤 다시 남부로 향하는 식으로 여행을 계획한다.
자전거를 여러 대씩 묶어 달리는 자동차, 각양각색의 캠핑카들이 달리는 도로는 여름 휴가철에만 볼 수 있는 프랑스의 진풍경이다.
프랑스 서부의 도빌과 옹플뢰르가 있는 노르망디 지역,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 지역도 인기 있는 여름휴가지다.
국경이 접해 있는 스위스나 이탈리아 등지로도 여행을 많이 가는데, 자동차로 다른 나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올해 우리 가족은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으로 향했다.
파리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남짓, 한국의 제주도처럼 큰 섬으로, 유럽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휴양지다.
섬 곳곳에는 맑은 바다와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작은 항구와 올리브 나무가 빚어내는 풍경은 스페인 마요르카 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광경이다.
아이들은 얕은 바닷물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우리는 해안가 모래위에 누워 조용히 책을 읽는다.
마요르카에는 전통 시장과 조용한 카페, 현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식당들도 많아, 바다만큼이나 섬 자체를 경험하는 즐거움이 크다.
바다위에 둥둥 떠, 저녁 석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자니
이렇게 살아 있는게 얼마나 큰 행운 인가를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물론, 두 달 동안 아이들에게 내 시간을 온전히 내어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여름은 그 어려움마저 품어내는 계절이다.
햇살 아래의 나른한 오후, 지난 계절을 보상하듯 늦게까지 반짝이는 해, 쏱아지는 별빛과 바닷바람 속에서 우리는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저녁식사만 겨우 하던 우리 가족이 세끼 식사를 마주보며 할 수 있는 시간.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 한박자 쉬어 숨을 고르는 시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살을 맞데고 조용히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사랑이 가득 담긴 여름의 휴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두 달, 여름.
여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이자 쉼이며, 삶을 더욱 빛나게 하는 선물이다.
소피
프리랜서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사랑하는 프랑스의 소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