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육아휴직이 얼마 남지 않은 고로, 지금 남편은 굉장히 불타올랐다.
자기가 숨겨놨던 아이들을 신나게 할 코스튬들을 번갈아 입으면서 다른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아이의 어린이집 시절에 입었던 공룡, 피카츄 등이 막 튀어나온다.
어제는 녹색어머니회를 하다가 동네방네 찍혀서 이 동네 저 동네 맘카페 글에도 올라왔다.
평소 잔잔하던 맘카페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집 아버님이 누구냐며 궁금해하기도 하고,
이 집 아이는 행복하겠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녹색어머니회 깃발을 들고 서있는 공룡이나 피카츄의 모습은 내가 봐도 좀 재밌긴 했다.
그렇지만, 항상 궁금한 것은 왜 녹색어머니회는 이름이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는 것이냐는 거다.
인터넷에 녹색어머니회를 검색해보면 가장 1순위의 질문이 녹색어머니회 도와주실 분 계신가요? 다.
암암리에 학교에서 분배한 이 공동의 업무를 소화할 수 없는 맞벌이 가정이 많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옆옆 학교에서는 더 이상 녹색어머니를 부르지 않는다.
일자리가 필요한 지역구 어르신들을 모아 각 지역별, 시간별로 배치한다.
이건 이제 뭐라고 부르지? 녹색어르신회? 녹색보호자회?
맞벌이 가정이 치솟는 고로, 현재 어머니나 아버지의 육아분담률 및 경제적인 분담률이
서로 거의 1:1 비율이 많아진 사회에서도 우리는 아직까지 녹색어머니라고 말한다.
우리 집만 해도 그렇다.
육아휴직을 하지 못하는 나보다는 남편이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녹색어머니회에 남편을 보내면서도 녹색아버지라고 하지 않는다.
녹색어머니 잘하고 와! 라고 말하지.
녹색학부모회로 바꾸자는 노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쉽게 입에 붙지 않는다.
언제나 엄마에게는 당연하고, 아빠에게는 대단하다는 칭찬을 하는 불공평한 육아의 한 켠.
무더위속 남편의 노력 덕분에 올라온 맘카페의 글에는
“대단하시네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아빠의 노력인가요? 감동입니다” 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실제로 이 녹색어머니회를 참여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그 날만큼은 혼자 등교해야한다는 사실을 다들 알 것이다.
나야 다행히 조금 늦게 출근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했지만,
다른 집들은 주보호자가 떠나면 어떻게 될까.
내일은 남편이 어떤 옷을 입고 녹색어머니회를 나가야 애들이 재밌어할지,
입고 난 슈트를 개켜 정리하면서 이런 알쏭달쏭한 생각을 해본다.
김작가
회사원
A만 인정받는 세상 이야기 속에서 B안을 끊임없이 만들고자 하는 김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