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마인드셋, 그리스 초등학교에서 배운 태도

2025. 06. 25by오자히르

 


 

초등학생 아이가 그리스로 학교를 옮겼다. 처음으로 시간표를 보는데, 낯선 과목이 있었다. 바로 ‘Growth Mindset’이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GRIT> 책에서 보았던 단어. 타고난 재능보다 끈기 있는 태도가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하던 책. ‘성장 마인드셋’이 초등학교 과목이라니 흥미로웠다. 학기 말에 이 과목으로 발표회도 한다는데 무슨 내용일지 벌써 궁금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비인지 능력’이었다. 아이가 세 돌 무렵, 어린이집 선생님의 권유로 아이 발달 검사를 했는데, 인지 능력은 높지만 나머지 영역은 매우 낮았다. 충격이었다. 문자에 관심이 많던 아이는 말과 글을 일찍 깨쳤지만,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스스로 해결하는 건 어려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비인지 능력 키우기 엄마 수업’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비인지 능력’이란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풍부한 인간력과 살아가는 힘,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마음 근력을 뜻한다. 즉 자기긍정감, 주체성, 회복탄력성, 끈기, 유연성, 자제심, 사회성, 창의력, 상상력, 문제해결력을 아우르는 단어다. 책을 읽고 나서, 비인지 능력이 좋으면 인지능력도 자연스레 좋아질 거란 믿음이 생겼다. 똑똑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많이 보았고, 재능보다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부모로서 바라는 건 그저 스스로 행복한 아이가 되는 것이었기에, 조기 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봐도 불안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본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아쉽게도 학원과 과외를 받았던 기억뿐이다. 아이는 나처럼 자라지 않기를, 많이 뛰놀고 여행하며 세상을 배우기를 바랐다.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자란 사람이 겪는 부작용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는 것이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다 보니,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어느 봄날, 학부모 상담 기간에 학교를 방문했다. 아이 교실 벽에 ‘Mistakes are okay’라는 문구가 급훈처럼 크게 써 있었다. 순간 마음이 놓였다. 많이 실수하고 실패하기를, 그 경험으로 많이 배우고 성장하기를 바랐던 내 바람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다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말해줘서 다행이었다. 어른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실수하고 실패한다. 엄마라는 역할도 처음이니까. 40대, 50대, 60대로 사는 것도 언제나 처음이니까. 그러니 우리도 스스로 말해주어야 한다. ‘실수해도 괜찮아.’


드디어 발표회 날,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그동안 배운 것을 낭독하고 노래했다.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책 <The Dot> 을 다 같이 율동하며 노래하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미술에 자신이 없던 아이가 점 하나를 찍을 수 있게 도와준 선생님의 따뜻한 믿음, 그저 시작하면 된다는 용기를 나에게도 일깨워 주었다. <The Power of Yet > 노래에서는  ‘아직’ 능숙하지 못할 뿐, '실패'가 아닌 배우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불안하고 화가 날 때, 핫초코가 담긴 머그잔을 상상하며 달콤한 향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퍼포먼스는 입가에 모두 환한 미소를 번지게 할 만큼 귀여웠다. 


발표회가 끝나고 아이들은 전시회 부스에서 '성장 마인드셋'과 '고정 마인드셋', 긍정 확언, 뇌과학 등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스는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그림으로 표현한 부스였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의 태도, 언어, 행동, 반응, 자기 대화'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은 ‘타인의 말과 행동, 나에 대한 타인의 생각, 과거, 미래’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지혜를 아이는 초등학교에서 배우고 있었다. 엄마인 나는 서른 후반이 되어서야 깨달았는데, 그리스 스토아 철학의 핵심을 이렇게 쉽고 간결하게 나타내다니 그저 감탄했고 감사했다.   


성장 마인드셋은 어른도 평생 배워야 할 자세 아닐까. 성장은 어느 시기에 완성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니까. 엄마로서 여전히 실패하고 넘어지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잠재력을 믿는 것. 도전을 즐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노력의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 더 나아가, 남이 실패할 때도 비난하거나 지적하지 않고 다정하고 친절하게 품어주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 비뚤거리는 귀여운 글씨로 아이가 일일 활동지에 적은 문구를 앞으로 나에게도 자주 말해줘야겠다. 


When one has a grateful heart, life is so beautiful. (감사한 마음을 가질 때, 삶은 꽤 아름다워) 

Being uncomfortable means I am learning. (불편하면 배우고 있다는 거야) 

Mistakes are proof you are trying. (실수는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오 자히르 

sarahbaek5@gmail.com

@sarahbaek

 

 

오자히르

번역가

단순한 삶 속에서 지혜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