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피> 5월의 봄, 그 따뜻함.

2025. 05. 25by소피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 있는 4월에서 5월로 달이 넘어간 이곳에는

이제 찬 기운의 바람은 찾아볼 수 없다.

신기한 일이다.

30일에서 1일, 혹은 31일에서 1일.

사실, 4월과 5월을 결정짓는 것은 단 하루.

이 단 하루의 시간이 바람의 결은 물론이거니와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따뜻한 설렘으로 뒤흔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의 5월은 바로 이런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첫사랑을 다시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막 피어난 꽃내음이 바람결에 실려 오고,

반짝이는 아이들의 작은 손과 귀에

색색의 들꽃이 더해져 더 아름답게 빛난다.

 

1월, 아침 서리에 젖어 있던 땅에 아이들과 씨앗을 뿌렸었다.

그날의 작은 씨앗이 땅속, 봄의 기운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 작은 무를 만들어 내고,

오늘에서야 우리는 그것을 수확해 입안에 작은 봄을 넣어 맛본다.

봄을 담은 그것은 너처럼 작지만 당차고, 그 무엇보다 빛나며 사랑스럽다.

 

따뜻한 햇빛 위에 뜨끈하게 달궈진 초록빛 풀 위에 누워보니,

온돌 깔린 할머니 집 아랫목에서 꾸벅꾸벅 졸던

어린 날의 나처럼 다시 꾸벅꾸벅 눈이 감긴다.

온돌식 집이 없는 이곳에서 이런 호강이 얼마 만인지.

 

얼마 전, 서쪽 브르타뉴 지방에 위치한 생말로 바닷가로 여행을 다녀왔다.

아직은 차갑기만 한 그 속으로 사람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든다.

마치, 오랜 시간 간절하던 그 누군가의 품속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따뜻한 모래,

바람에 실려 오는 짭짤한 바다 내음,

햇빛이 비쳐 반짝이는 바다 위,

그 위로 쏟아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내 첫 바다 나들이는 절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나 역시 오랜 시간 봄의 바다가 간절했던 것은 아닐까?

누군가의 위로가 간절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 보니,

어른도 어린아이로 만드는 봄의 바다는

여름 바다보다 더 뜨거운 것이었다.

눈 깜빡이면 지나간다는 봄은 사계절 중 가장 짧지만,

가장 뜨거운 계절이었다.

 

우리는 이 짧은 기간 넉넉하게 내어주는 봄의 따뜻한 위로를 마음속 가득 품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 어쩌면 추울지도, 더울지도 모를

앞으로의 계절도 묵묵히 헤쳐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프랑스의 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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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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