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올해는 꼭 한국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몇 해를 내리 9월에만 한국을 찾았다. 가을의 한국은 선선하고 한결 여유로웠지만, 꽃은 없었다. 아이를 챙기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어느새 계절이 훌쩍 지나 있었다. 봄은 늘 그렇게, 눈앞에 아른거리다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꽃과 나무, 계절의 흐름에 민감해졌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엄마가 된 이후부터일까. 자연에 가까운 일상 때문일까.
“어머~ 목이 말랐구나.” 집 안 화분에 무심코 말을 걸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순간, 나는 이러다 식물과 대화를 나누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흠칫했다.
헬싱키의 5월은 여전히 봄이라 말하기엔 이른 시기다. 눈이 내리다가도 어느 날은 반팔 차림이 어울릴 만큼 따뜻하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 속에서 몇 해를 보내며, 마치 외딴섬에 홀로 있는 듯한 고립감을 느끼곤 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될수록, 5월의 한국이, 그 안에 있는 가족이 더욱 그리워졌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엄마 딸이 되고 싶었다.
오늘은 빨래를 개기 싫으니 엄마에게 부탁하고 싶고, 아이들 밥을 챙기기 버거운 날은 엄마의 반찬으로 한 끼를 때우고 싶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은 모든 것을 엄마에게 맡기고 혼자 산책이라도 나가고 싶다.
사실 나는 그리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라는 무게 앞에서 매일 성실한 사람처럼 살아간다. 그러다 5월이 오면 문득 지쳐, 그 모든 책임을 내팽개치고 싶은 딸이 나온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해야 할 일을 감당하는 일이다. 5월에는 어른이고 뭐고 다 팽개쳐 버리고 싶다.
어른이 되는 것을 설레어하던 20대, 처음으로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고 기뻐하던 순간이 떠오르면 괜스레 입술이 삐죽 나온다. '세상의 풍파' 라는 말이 괜히 못마땅해 지는 어른이가 나오는 순간이다.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어느 해 5월, 엄마의 생일날에 친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중국에서 일하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함께 평온히 눈을 감으셨다. 마지막 순간, 나를 찾으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달리, 할아버지는 내게 따뜻하고 애교 많은 분이었다. 수수께끼를 내주시고, 손가락으로 산수를 가르쳐 주셨다. 집 앞 산에 함께 오르기도 했고, 참게장을 어떻게 씹어 먹는지 알려 주신 것도 할아버지였다.
“하나님이나 예수님 말고, 할아버지는 뭘 믿어?”라는 질문에, 조상님을 믿는다고 조용히 대답해 주셨던 그 순간이 또렷하다. 어쩌면 내게 처음으로 사랑을 보여 준 성인 남성이 할아버지였을지도 모른다.
관계는 날씨와 같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때로는 환하게 갠다. 그 안에서 나 역시 사랑을 주고받았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5월이 되면 유독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번 5월에는,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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