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

2025. 05. 12by한도리
봄이다, 드디어 봄이 왔다.
한참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봄이 4월을 절반도 더 넘긴 뒤에야 도래하였다.

삼월은 꼬옥 입을 앙다문 살구꽃 봉오리, 오월은 고개를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개한 작약 같다면 사월은 연둣빛 이파리 사이로 이제 막 고개를 내민 하얀 꽃잎이다. 우리 집 아기는 사월이라 부를만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아직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알지 못하던 신생아 시절을 지나, 자신의 욕구와 의사를 여러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하는 시기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가는 중이다.

매일 달라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아이 덕분에 행복감을 느낀다는 게 이런 걸까 생각하던 즈음, 아기가 아프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적응을 무사히 마치고 오전 9시 등원, 오후 6시 하원 그러니까 '나인 투 식스' 생활을 본격적으로 살게 되었을 무렵부터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점차 열이 오르내리더니, 독한 약을 처방받아먹고서야 염증과 열을 떨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먹은 음식을 몇 번이나 토해냈다. 앓기 시작한 지 어느새 3주가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육아 선배들의 말로는 어린이집에 입소한 뒤로 1년은 병원에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한단다. 한 해 동안 온갖 바이러스를 한 차례 경험하고 나면 2년 차에는 병원에 가는 횟수가 반으로 줄고, 다섯 살쯤 되어서는 의사를 만날 일이 드물어진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어떻게든 버티면 초등학교 진학이라는 변화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여럿에게서 들었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하겠다고 앓느라 기운이 쪽 빠진 아기를 맡겨두고 나서는가 자괴감도 들지만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 밖에는 없지 않은가. 그야말로 콩나물처럼 대나무처럼 쑥쑥 자라는 아기만은 못해도 나 역시 매일 조금씩 배우고 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기도 나도 아기의 아빠도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동안 각자의 삶이 더 단단해지고 생각이 견고해지기를 기대할 뿐이다.

조팝나무 꽃잎처럼 작고 빛나는 18개월을 목전에 두고 세 가족의 안녕을 마음 깊이 응원해 본다.


조팝나무의 꽃말은 다름 아닌 '노력'이다.



한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