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해야 하는데 자꾸 아쉬웠다

2026. 06. 10by기록하는비꽃

LH 전세 임대가 됐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빨랐다. 먼저 신청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몇 달씩 기다리는 경우도 많았기에 나 역시 오랜 시간을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연락이 왔다. 주변에 소식을 전하자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그렇게 빨리 될 수가 없는데?"

 

처음에는 그 말이 그저 놀라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말을 여러 번 듣다 보니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움츠러들었다. 어쩌면 나는 집을 고를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빨리 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고, 어떤 집이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질 정도였다. 그래서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스스로에게 자꾸만 괜찮다고 말했다. 새집이 아니어도 괜찮고, 조금 낡아도 괜찮고,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부동산에 나오는 집들을 보니 생각보다 선택지가 적었다. 대부분 오래된 집들이었고, LH 전세로 가능한 매물은 더욱 적었다. 집을 비교하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에 올라오는 대로 연락해야 할 정도였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맞는 집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두 자녀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넓은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격이 맞아도 평수 기준을 넘으면 계약할 수 없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해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그 집은 애초에 선택지에서 제외됐다. 그렇게 하나씩 집을 보러 다니면서 나는 현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세세한 기준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그렇게 몇 군데를 둘러본 끝에 결국 지금의 집을 계약하게 됐다. 처음 집을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마음이 완전히 끌리지는 않았다. 오래된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고, 내가 바라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조금 더 깨끗했으면 좋겠고, 조금 더 편리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들어와 살 수 있는 집이었고,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나는 자꾸만 부족한 부분보다 감사한 이유를 찾으려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독이며 이 집에서의 삶을 상상해 보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안다. 세상을 살면서 늘 내 감정대로만 표현하며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싫다고만 말할 수도 없고, 속상하다고 해서 언제나 티를 낼 수도 없다는 것을. 특히 아이들 앞에서는 더욱 그랬다. 집을 구하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아이들 역시 기대와 불안을 함께 품게 될 텐데, 그 마음까지 무겁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말을 했다.

 

"괜찮아."

"좋은 집이야."

"부족한 건 고치면서 살면 돼."

 

그 말들이 꼭 사실이라서라기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싶어서였다. 아이들이 집의 낡은 벽지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먼저 보기를 바랐고, 부족한 부분보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채워갈 시간을 떠올렸으면 했다. 어쩌면 그 말들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기도 했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상황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우리는 지하에서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오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이유가 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습기를 걱정하던 시간에서 벗어났고, 창문을 열면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을 갖게 됐다. 예전의 나에게 지금의 상황을 보여준다면 분명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참 단순하지 않다. 감사한데도 아쉽고, 만족해야 하는데도 더 좋은 것을 바라게 된다. 조금 더 깨끗했으면 좋겠고, 조금 더 편리한 위치였으면 좋겠고, 조금 더 넓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고개를 든다.

 

하지만 어제도 나는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우리 잘 살 수 있다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며 문득 생각했다. 내가 정말 감사해야 하는 것은 좋은 집을 만난 일이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은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부족한 것을 바라보면 끝이 없지만, 그럼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졌다는 사실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감사와 아쉬움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마음은 자꾸 삐딱선을 타려고 하지만, 그 마음까지도 내 모습이라 생각하려 한다. 어쩌면 진짜 감사는 아무런 불만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아쉬움을 품은 채로도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기록하는비꽃

작가

『일상의 평범함을 깨우다』와 『사모 엄마 아내 선교사』를 썼고, <포포포매거진> 에디터로 일상의 순간을 안온하게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