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9일 토요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이재리, 차시윤 감독의 《관념의 남자 김철수》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주인공 철수가 등장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같은 루틴을 반복하며 성실히 직장생활을 하고 몇 해에 걸쳐 만나온 연인도 있다. 이제 연인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결혼을 하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가정을 꾸리는, 정석의 길을 걷기만 하면 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길을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답답한 그는 정신과의사와 상담을 나누고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해 애쓰는데, 그 과정이 좀 환상적이다.
우선, 생각을 거꾸로만하면 변화할 수 있다는 사고가 환상적이다. 앞으로 걷는 대신 뒤로 걷고, 휴양지로 여행가는 대신 위성도시로 여행을 가고, 편안함 대신 불편함을 선택하면 무언가 바뀔거라 믿는다. 이어지는 철수의 모습에서 보이듯 이런 행동은 오히려 다른 관념만 만들어낼 뿐이다.
본격적인 환상은 영희의 등장이다. 그녀는 어릴 적 알고 지내던 친구다. 그녀는 철수가 무얼 하는지 관찰하고 또 그가 가진 고민이 무언지 들어준다. 그리고 무심히 한마디씩 건넨다. 그녀는 마치 신인 듯하다.
또래의 여성캐릭터인 연인과 영희는 왜 철수와 다른 느낌을 받았을까? 철수의 생각이 정말 누구에게나 통하는 정석의 길이라면 연인과 영희 또한 철수와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해야 했을테다. 설마 영화 속 설명처럼 철수는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연인와 영희는 그렇지 않아서 였을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게 답이 아니라는 거다. 철수의 프로포즈를 받은 연인이 왜 프로포즈를 수락하지 않았는지, 왜 영희는 철수의 고민을 다르게 생각하는 건지, 그걸 알려면 철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에그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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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가 : 영화와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를 함께 경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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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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