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는 안되고 아메리카노는 됩니다

2026. 10. 24byglowda


 

 

“I’ll get one espresso.”

“Um. No sir. It’s not available. so sorry. we are available just americano, cappucino, latte.” “…….”

주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남편은 직원은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그냥 안된다잖아. 안되나보지 아메리카노 마셔.” 

필리피노 남자 직원은 영어를 약간 더듬거리면서 에스프레소가 안된다며 겸연쩍은 낯을 보였다. 남편은 직원에게 아메리카노는 되는데 에스프레소는 왜 안되는지 이유를 물어봤다. 

“Um… cup.. cup.. we don’t have the cup.” 

그제야 직원은 에프레소 잔이 없어서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Big cup is okay. Just espresso, please."

그냥 큰 컵에 에스프레소를 달라고 하자 직원은 잠시 망설이더니 “Ah… okay, sir. I can try.” 하고 돌아섰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안 된다는데 뭘 또 저렇게까지. 괜히 직원만 곤란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카페 주인만의 에스프레소를 대하는 이태리 국룰이 있는건가 별 생각을 다했다. 

잠시 후 직원이 큰 머그잔을 내밀었다. 컵 바닥에 에스프레소가 찰랑거렸다. 샷 하나가 담긴 큰 컵은 어딘가 허전해 보여서 우리는 둘 다 웃음이 났다. 

직원도 그제야 어깨에 힘이 풀린 얼굴로 따라 웃었다. 남편은 한 모금 마시더니 엄지를 들어 보였다.

“Perfect. Thank you.”

직원의 표정에서 겸연쩍음이 사라지고 미소가 번졌다.

자리에 앉아서 그 장면을 곱씹었다. 

나는 ‘안 된다’는 말을 끝으로 받아들였다. 그 말은 대화의 마침표라고, 거기서 더 물으면 실례라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그 말은 질문의 시작이었다. 왜 안 되는지를 물었고, 이유를 알고 나니 문제는 ‘에스프레소가 안 된다’에서 ‘잔이 없다’로 작아졌다.

그리고 잔이 문제라면 큰 컵으로 풀면 되는 일이었다.

돌아보면 직원도 안 되는 게 아니라, 방법을 몰랐을 뿐이었는지 모른다. 규칙을 지키려던 그의 말과 우리의 요구 사이에서 정작 필요했던 건 이유를 묻는 한마디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 "안 돼요" 하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안 되는 거구나, 하고. 

살다 보면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안 되는 게 없다는 걸 여러 번 배웠는데도, 여전히 어떤 순간에는 더 묻지 않고 물러선다.

포기가 빠른 건지, 더 생각하기 싫은 건지.

머그잔 바닥에 찰랑이던 에스프레소를 떠올리며 다음엔 한 번 더 물어보기로 했다.

정말 안 되는 거야?

glow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