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5일 일요일
안녕. 아무 탈 없이 편안함. 나는 언제 안녕한가. 우리는 언제 안녕하다고 말하나.
소속감. 안녕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껴야 한다. 나는 자주 온라인 모임들을 챙겨 본다. 어떤 모임이 새로 생겼는지, 이곳은 내가 참여해 볼 수 있을지 생각하고 일부 모임에는 참여해보기도 한다. 삶에 여유가 없다고 느낄때면 오히려 더 검색에 탐닉하는 듯하다. 그 모임이 실제로 나에게 경제적 안녕을 가져다준다거나 심리적 안녕을 가져다주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할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지 오래됐지만 예전엔 어디 멀리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의 근저에 모임을 찾는 마음과 비슷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을테다. 지금 이 곳에서 안녕하지 못하니 다른 어떤 곳에서 다시 안녕을 꾀해보겠다는 그런 생각일테다.
재산. 안녕하다고 말할 때 꼭 필요한 요소이다. 그건 돈이나 물질적인 부일 수도 있지만 평판이나 명성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포함될테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 살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버리지못할 어떤 재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썩 안녕하지 않지만 이마저도 버리면 다시 이만큼이나마 쌓을 용기가 없어서일테지, 아마도.
그러니 내가 안녕하다 말할땐 내가 취약해져있는 상태가 아닐까. 누군가가 나의 자리를 빼앗을지 모른다는, 이 소속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일종의 경쟁심이 생길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아무나 소속될 수 없는 곳에, 프라이빗한 모임에 소속된 것이 일종의 스펙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니 나, 우리와 그들을 열심히 구분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숨쉬듯 너무나 당연해서 내가 구분하고 있는지 의심해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경우가 더 많을거라 믿고 싶은, 머리로는 알지만 살아보겠다고 그러는지도 모른다.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에는 안녕한, 그리고 안녕해보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홈파티라는 폐쇄적인 성격의 모임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기만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사람을 지키고 싶은 사람에서 재산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는 자신을 바라보기도 한다.
작가는 묻는다. "이 시장에서 이익을 본 게 나라면, 대놓고 기뻐하거나 자랑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깊은 안도감 정도는 느끼지 않았을까?"
내가 안녕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런 안도감 속에 숨어있기 때문은 아닐까?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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