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공간 안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기억을 담는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인지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 6하 원칙을 살뜰히 고루 채우지 못하면 어떠하리. 단 하나만의 선택지가 있다면 적어도 나에겐 무조건 '어떻게'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는 허망한 순간들로 얼기설기 채워진 시간의 파편들 사이에서도 적어도 찰나의 소중함은 있을 테니까.
로또 한번 당첨되어 본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로또를 사본 적이 몇 번 되지 않는다. 집집마다 유선 전화가 있고 인터넷을 전화회선으로 접속하던 시절부터 쓰던 닉네임대로 살아간다. 불리는대로 산다는 옛말이 요샌 '닉값'으로 통용된다. 명사, 형용사, 동사 수만개의 단어 중에 내가 선택한 건 '씩씩한'이라는 형용사. 한 번쯤은 씩씩하게 안 살아봤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매일이 씩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억울했다. 이토록 열심히 사는데. 아득바득, 허둥지둥. 부단히 애를 써야만 하는 나날인데. 행운은 요리조리 나를 빗겨가고 모르는 척 지나가 줬으면 하는 운은 수백키로를 달려 나에게로 질주해오는 것만 같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같은 고딕체가 어울리는 흰소리는 가능한 멀리하고 싶다. 그래도, 적어도, 나만큼은 스스로를 덜 미워해보자. 새해를 핑계로 그런 다짐을 새겨보는 중이다.
또다른 흰소리면 어떠하리. 오늘의 정차역을 지나 내일의 여정엔 필히 다른 풍경이 보일테니. 잊지 않도록 매일의 정거장을 지날 때마다 다짐을 더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