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정리하며 당근마켓에 올릴 판매글을 쓰는
내 모습이 유난스러워보였다.
에세이, 소설, 만화, 사회과학으로 분류하고
또 그 안에서 공통된 주제로 책들을 묶어가며
괜히 더 정성을 들였다.
사진과 실제 책의 차이로 실망할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각도와 빛까지 신경쓰며
사진을 찍고 있는 나 자신이 웃겼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을 사람은 누구일지 떠올리며
짧게나마 내용을 적고, 각 책마다 하나씩 장점을
써내려갔다. 이미 내 손을 떠날 책들인데도,
마지막 인사하듯이 애정을 담고 있었다.
정리라고 시작했지만, 책마다 나의 이야기가
묻어있어서인지 마음이 갔다.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될 것이다.
새로운 사람 만나서, 그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잘 가, 새로운 사람에게

퐝퐝
💿일요일 알람
아침 7시 정각, 띠링-띠링 하는 알람 소리가 울리자 재빨리 손을 뻗어 X버튼을 눌렀다. 주말인데도 습관처럼 남아 있던 알람이 나를 깨운 것이다. 잠시 눈을 감고 오늘 어떻게 보낼지 생각했다.늘 그렇듯 정확하고, 눈치가 없는 알람이지만내 선택으로 시간을 움직여보고 싶었다. 청소를 시작했…
타인의 등에 기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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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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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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