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0일 토요일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를 두고 온다. 사람은 결코 무언가를 다 가져오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나보다. 남겨 두는 무언가가 아쉬워서일까, 남겨두고 가야만 하는 내가 아쉬워서일까. 남겨두어야만 하는 무언가를 그림자로나마 사진에다 담곤 한다.
성해나 작가의 《두고 온 여름》에는 기하와 재하의 두고 온 여름과 나아갈 가을이 그려져 있다. 옛 직장의 명함을 주고 돌아서는 기하와 받을 수 없을 엽서를 보내는 재하의 모습에서,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미련 없이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엿볼 수 있다. 이 둘은, 절대 입 밖으로 말하진 않지만 마음 한구석에 '그때'를 품고 살아가는 기하 아버지나,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느냐고 묻는 재하 어머니와는 다르다. 매미는 매미가 되기 위해 선퇴를 남겨두어야만 하듯이, 사람도 '그때'를 남겨두어야만 한다. 사진 속 '그때'는 "무심코 보면 평화로운 한때를 담아놓은 것만 같습니다. 당시의 내막이나 속내는 잘 읽히지 않지요"
그래서 저자는 힘을 싣는다. "더 이상 돌아보지 않고 나아가길 바래요"라는 말처럼 등장인물들에게, 독자들에게, 그리고 저자 자신의 나아감에 응원의 목소리를 보낸다. 김선우 시인의 시 <아픈 잠은 어떻게 야크 뿔 속으로 들어갔나>에 쓰여진 말처럼 '강을 건너면 배를 버려야지, 길을 간 후엔 길을 버려야지.' (녹턴, 김선우, 문학과 지성사)
피터 레빈의 <호랑이 깨우기>에는 이런 말이 있다. "트라우마 치료에서 힘든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초래한 사건의 내용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것이다."
여름은 여름으로 두어야 한다.

에그
가차 없는 나의 촉법소녀
2025년 12월 15일 월요일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는 매년 12월, 한 해의 마지막 모임에서 시낭독을 한다. 모두가 마음에 드는 시나 책 속의 한 구절을 준비해 각자의 호흡과 온도로 전달한다. 어떤 시를 소개할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한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황성희 시인의 …
관계의 즐거움
2026년 1월 20일 화요일사람을 대하는 건 어렵다.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 수는 없어서인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사람을 대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어렵게 느끼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나의 망상 때문일테다. 그건 결국 노력하면 괜찮아진다는 …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2025년 12월 22일 월요일세상에는 오렌지만이 과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포도도 파인애플도 과일로 인정하지 않는다. 왜 다른 사람들은 다른 과일도 있다고 말하는지, 왜 자신이 오렌지만을 과일로 믿게 되었는지는 궁금해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그저 오렌지만이 과일이라는 말만 반복…
멘탈 아츠
2025년 12월 24일 수요일인간의 감정 중에서 '화'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심도 많고 궁금한 점도 많다. 그 이유는, 감정들 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감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를 잘 내는 방법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예전에, 내가 다니는 명상원 원장님께 '화'에 대한…
맛있음
2026년 1월 4일 일요일인간은 무언가를 먹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누구도 생존의 목적으로만 음식을 먹지는 않는다. '맛있음' 또한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맛있음'은 무엇일까?농업과 독일 역사를 연구하는 철학자 후지하라 다쓰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