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0일 토요일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를 두고 온다. 사람은 결코 무언가를 다 가져오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나보다. 남겨 두는 무언가가 아쉬워서일까, 남겨두고 가야만 하는 내가 아쉬워서일까. 남겨두어야만 하는 무언가를 그림자로나마 사진에다 담곤 한다.
성해나 작가의 《두고 온 여름》에는 기하와 재하의 두고 온 여름과 나아갈 가을이 그려져 있다. 옛 직장의 명함을 주고 돌아서는 기하와 받을 수 없을 엽서를 보내는 재하의 모습에서,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미련 없이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엿볼 수 있다. 이 둘은, 절대 입 밖으로 말하진 않지만 마음 한구석에 '그때'를 품고 살아가는 기하 아버지나,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느냐고 묻는 재하 어머니와는 다르다. 매미는 매미가 되기 위해 선퇴를 남겨두어야만 하듯이, 사람도 '그때'를 남겨두어야만 한다. 사진 속 '그때'는 "무심코 보면 평화로운 한때를 담아놓은 것만 같습니다. 당시의 내막이나 속내는 잘 읽히지 않지요"
그래서 저자는 힘을 싣는다. "더 이상 돌아보지 않고 나아가길 바래요"라는 말처럼 등장인물들에게, 독자들에게, 그리고 저자 자신의 나아감에 응원의 목소리를 보낸다. 김선우 시인의 시 <아픈 잠은 어떻게 야크 뿔 속으로 들어갔나>에 쓰여진 말처럼 '강을 건너면 배를 버려야지, 길을 간 후엔 길을 버려야지.' (녹턴, 김선우, 문학과 지성사)
피터 레빈의 <호랑이 깨우기>에는 이런 말이 있다. "트라우마 치료에서 힘든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초래한 사건의 내용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것이다."
여름은 여름으로 두어야 한다.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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